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수정 기자 Apr 26. 2020

김현진, 뮤지컬 ‘데미안’의 캐릭터 프리, 새로운 도전

[인터뷰①] 김현진, 뮤지컬 ‘데미안’의 캐릭터 프리, 새로운 도전

김현진.(사진=서정준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데미안’은 캐릭터 프리 작품으로 고정 배역 없이 한 배우가 ‘데미안’으로, ‘싱클레어’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데미안’은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원작으로 오세혁 작가가 재창작해 유승현, 김바다, 김현진, 정인지, 전성민, 김주연이 2인극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일 김현진 배우를 만나 뮤지컬 ‘데미안’에 대해 심도 높은 대화와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현진은 고정 배역이 없는 뮤지컬 ‘데미안’에 대해서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전했다. “작품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데미안과 싱클레어 두 역할을 다 해야 해서 새로운 시도가 될 거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거라고 했지만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배우로서 처음 드는 느낌은 ‘아 이거 부담인데?’ 게다가 2인극이고 하나의 대사와 한 인물의 노래를 소화하는 것만도 쉽지 않을 것이고 저희에게 연습 기간이 더 많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두 가지를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과 걱정들이 처음에는 앞섰다. 그 당시 ‘쓰릴미’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를 2인극을 하다 보니 내가 하는 역할도 매력적인데,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상대 역할도 매력적이더라. 적어도 데미안에서만큼은 ‘내가 무대에서 서는 역할, 바라보는 역할 둘 다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그래서 싱클레어라는 인물은 싱클레어 하나만 연기하는 것도 있었고, 데미안과 여러 가지 인물을 같이 소화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 내가 연기적으로 성장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더라, 그 당시 ‘적어도 이 작품에는 내가 믿음을 가지고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선배들이 이 작품을 이미 선택했기 때문에 그리고 창작진들도 처음 만나는 게 아닌 저와 작품 했을 때 너무 좋은 추억과 기억을 가지고 있는 창작진이었다.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그래서 사실 고민되고 두려웠지만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그때의 심정을 전달했다.


 연습기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데미안과 싱클레어 두 역할을 소화해야해서 두 배의 연습이 필요했을 텐데 김현진은 “먼저 올라가는 캐릭터를 좀 더 집중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라는 인물들이 어쨌거나 연결이 되어 있고, 한 인물을 먼저 받아들이면 다른 인물을 받아들이기 수월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데미안에 많이 집중해서 연습을 많이 했었고, 싱클레어에 대해서는 음악을 익히고 대사를 외우고 어느 정도 만들어진 동선들에 집중하는 정도였다. 처음에는 데미안 쪽에 많이 집중했던 것 같다”며 두 역할에 연습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김현진.(사진=서정준 포토그래퍼


다음은 김현진 배우와 일문일답이다.
 
Q. 소설 ‘데미안’을 오래 전에 읽고,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어떤 점이 달랐나.


"사실 너무 오래전이라 데미안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개인적으로 데미안이라는 소설의 첫 느낌은 제가 종교가 있다 보니 "이거 좀 잘못된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었을 거 같다. 아마 이 소설을 처음에 만났을 때 저에게는 그렇게 와 닿았다거나 충격이라기보다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의 이야기로 넘어갔었던 거 같다. 그래서 특별히 기억이 많이 안 난다.


대충 어떤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작품을 처음 제안 받고 소설을 먼저 읽진 않았다. 이건 저만의 방법일수도 있는데, 저는 헤르만 헤세가 쓴 대본 데미안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오세혁 작가가 새롭게 재창작한 데미안이라는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론 원작에 대한 존중도 정말 중요하지만, 저는 먼저 이 작가님이 어떻게 대본들을 쓰셨는지 보고 싶은 게 첫 마음이었다. 그래서 초고를 받기 전 까지는 데미안이라는 책을 사놓고 읽지 않았고, 초고를 읽고 나서 ‘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구나’라고 하고서 다시 소설책을 폈다. 그러면 ‘이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던 걸까?’ 질문 하면서 거꾸로 찾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데미안의 첫 느낌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첫 소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라기보다 오세혁 작가님이 쓰신 데미안이라는 뮤지컬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저에게 더 강렬했다."


Q. 오세혁 작가가 쓴 ‘데미안’의 느낌은 어땠는지.

"‘아름다운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대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대단한 원리와 대단한 이치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라는 자신으로 집중되게 되는 그 이야기가 저한테는 서른이 넘은 이 시점에서 아름답게 다가오고 와 닿았던 것 같다."


김현진.(사진=서정준 포토그래퍼


Q. ‘데미안’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다 같이 융에 대해서 강의를 들었다고 하던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이전 작품을 준비하기 전에 학교를 잠깐 다닐 때 서양철학 과목을 들었다. 그 때 당시 저희의 주제는 니체였고 당연히 니체를 다루다보니 융, 프로이트, 이런 정신분석학적인 부분들에 대한 것들을 많이 다루게 되더라. 그래서 융에 대한 이야기들도 어느 정도 듣고 있었고, 정말 재미있는 건 같은 이론이어도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해석하는 방향이 굉장히 다르더라. 저는 융의 이론에는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아 저런 의견들이 있구나’ 정도이고, 저는 아무래도 니체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고민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융의 이론들도 니체의 이론으로 이해가 되더라.


학교에서 제가 뭔가 다른 이야기를 던지고 그랬더니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철학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정말 잘 이해가 되고, 내가 잘 받아들여지는 어떤 한 이론을 가지고 다른 철학 이론들을 비교해가면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하시더라. 그래서 저는 사실 데미안을 읽으면서도 융보다는 니체의 이론을 대입해서 많이 해석했다. 그 이론들이 굉장히 다른 이론인 거 같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많이 닮아 있더라. 여러 가지 상징들을 데미안 안에서 발견을 했다.


니체의 중요한 사상 중에 하나가 낙타, 사자, 아이 이론이라는 게 있다. 데미안에 이 상징들이 드러난다. ‘수레에 묶인 말’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그 말이 묶인 채 피를 흘리고 있고 데미안이 말을 쓰다듬고 이런 과정들이 나온다.


저는 그 말이 니체 사상에서의 ‘낙타’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싱클레어가 나중에 이야기한다. "쓰러진 말의 얼굴은 나로 바뀌어있다" 그러니까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싱클레어가 말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이해하기 편한 니체의 이론으로 가져오자면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며 살아가던 밝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갇혀있던 낙타로 "그거에 대해 어떤 부정감도 갖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 대사가 피스토리우스의 대사에서도 나온다. 그게 저는 낙타의 상태로 이해가 되더라.


낙타의 상태에서 벗어나면 한 가지 또 다른 상태가 나온다. 그게 사자의 상태인데 자신에게 주어지고 있었던 어떤 세계들을 깨트리고 나가고 싶어 하는, 뭔가 저항하고 싶어 하는 자아가 발현이 된다. 그런 부분들이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크로머를 만나면서 발현이 된다고 생각한다. 싱클레어 독백 중에 아버지에 대한 대사를 할 때 낙타의 상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사자의 상태로 넘어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피스토리우스가 자기의 대사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에 도달하는 단계가 아이이며 모든 걸로부터 초월한 아이의 단계인데, 저는 그게 데미안과도 닮아 있고 에바 부인의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 더 와 닿는 건 데미안의 모습이었는데, 저는 데미안이라는 대본을 읽었을 때도 그렇지만 책으로도 읽었을 때 데미안의 존재가 차갑고 이성적으로 느껴지기보다도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리고 굉장히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 누군가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그런데 그게 누군가가 보기에는 어른스러운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되게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 지에 대해 알고 있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그걸 어른처럼 체계화시켜서 말로 표현하고 어떤 이론들을 대입하지 못할 뿐이지 아이들은 원하고 쟁취하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 니체의 사상에서도 드러나듯이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대변이 된다. 그래서 저는 데미안이 그렇게 해석되고 연기하게 되더라.


에바 부인의 상태는 아이의 단계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단계를 넘어선 짜라투르스와 같은 단계로 어떤 경지에 이른 단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징들이, 니체의 사상처럼 그 모든 것들이 데미안이라는 대본 안에서, 또 책 안에서 순서적으로 발현 되고 있진 않다. 여러 부분에 구성 구성으로 발현되고 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해석을 하며 나아가다보니 융의 이론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대본을 저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많이 되더라. 그 부분을 감사하게도 다른 배우들도 인정해주고, 연출님과 작가님도 그렇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해주셨다. "그렇게 되면 어쨌거나 공연이라는 건 배우가 해석한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니까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도 너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


다음은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93049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②] 김찬종, 따뜻한 봄날 같은 배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