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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식 Aug 06. 2018

이야기가 막힐 때의 비상 수단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 08

이야기를 써나가다 보면 다음에는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도통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떻게든 분량을 채우고 싶다거나 당장 마감이 닥쳐오고 있다면 이야기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도 무슨 수를 쓰든 이야기를 이어가야 한다.


이야기가 막힐 때 쓰는 방법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끊임없이 궁리하고 추측하는 가운데 다음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분명히 그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사건이 끼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면 이유도 더 신기할 것이고, 더 재미있는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것을 세밀하게 고민하다 보면 다음 장면을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고 하자.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원리로 다른 사람의 몸이 치유되는 것인지 상상해본다. 이 상상이 정말로 정확하거나 엄밀하게 말이 될 필요는 없다. 그냥 내 생각 속에서 조금 더 내용이 구체화되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왜 그럴 수 있나에 답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를 테면, 사람을 치유하는 이 신비한 힘은 다른 사람의 망가진 세포를 없애고 새로운 세포를 순식간에 만들어놓는 힘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손에 칼에 베인 상처가 있으면 손상된 세포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들이 그 자리에 생겨난다는 원리라고 상상했다. 만약 그렇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그 때문에 손상된 폐나 간을 되돌려놓을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병을 치료하기는 어렵다. 이 힘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 수 있을 뿐이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은 회복되겠지만 다시 세균과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위협을 당할 것이다.

그러면 없애기 어려운 세균에 감염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장기가 부서질 때마다 계속해서 꾸준히 이 신비한 힘으로 회복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러면 언제 포기해야 할까? 

또한 이 힘으로 뇌를 다친 사람도 살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기억이나 지능이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누가 머리에 총을 맞아 뇌가 다 파괴되었는데, 이 신비로운 힘으로 완전히 새로운 뇌를 만들어서 살렸다면 그 사람은 새로운 뇌를 가진 사람이 된다. 이 경우 총 맞은 사람을 그대로 되살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런 경우라도 치유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어떤 심정이기에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일까? 전쟁터에서 이런 치유의 힘이 보편화된다면 서로의 뇌를 노리면서 싸움을 벌이는 방식이 퍼지지 않을까?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상상해보고 그 장면을 이어 붙이는 방법도 있다. 소설 속 세상에서 내 희망,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한번 후련하게 해보는 것이다.

남태평양의 해변에 누운 채 수평선과 구름 모양이나 감상하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듣는 꿈을 꾼다면, 그냥 그 장면을 쓴다. 그리고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구실을 갖다 붙이고 이유를 만들어 이야기를 연결한다. 그렇게 해서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 꿈꾸고 있었던 일이 마음껏 펼쳐지는 장면을 쓴다. 주인공이 갑자기 그런 처지가 되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면 적어도 다른 인물들 중에서 한 명 정도는 그런 장면으로 넘어가기에 어울리는 인물을 찾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공상하면 즐겁고 신난다. 그런 일을 할 때, 더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일지, 주변 풍경은 어떨지, 사람들은 인물을 어떻게 생각할지, 더 상상해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면을 점점 더 풍성하게 꾸며나가면 된다. 꼭 어딘가에 여행을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평소 대단히 미워하던 부류의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좋고, 누군가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통쾌한 상황을 상상해서 써나가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것을 등장시켜 그게 어떤 점에서 좋은지 드러내는 장면을 쓰면서 분량을 채워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분량을 채우는 방법은 일단 글 쓰는 일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조금이라도 글 쓰는 의욕을 북돋아주어 하여간 다음 장면으로 약간이나마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하고 싶었던 일, 꿈이 이루어지는 장면이므로 앞뒤 정황과 그 상황의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다른 장면보다 더 부드럽게 상상해나갈 수 있다. 그런 상상의 와중에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갈 돌파구를 찾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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