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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식 Aug 13. 2018

마감에 강한 작가 되기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 09

글쓰기에서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마감이 아주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마감은 글쓰기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약간 흥분된 마음에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마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글을 부탁하는 쪽에서는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작가로서 ‘누구에게 글을 맡기면 마감을 어기지 않고 항상 맞춰서 글을 써주더라’, ‘믿을 만한 작가다’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좀 억지를 쓰자면, 글의 질을 높여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그냥 나 자신이 즐겁고 보기 좋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고, 독자와 출판사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마감을 맞추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시각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마감을 처리하는 것이 직원들의 정신을 쥐고 흔드는 번민이 되기도 하는 잡지사나 신문사 같은 곳에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 보인다. 나는 몇 년 전 잡지 《에스콰이어》에 몇몇 작가들과 함께 소설을 실었다. 그때 담당 편집자는 처음으로 저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면서 무엇보다도 마감이 중요하다고 당부했고, 자신은 마감 달성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편집자는 이메일 말미에 “제 청탁을 수락하신 순간 여러분은 멈춤 버튼 없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겁니다 ^^”라는 말을 썼다. 이모티콘으로 덧붙인 ‘^^’ 기호는 웃는 눈을 표시한 것이었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편집자는 마감이 어긋난다면 심지어 마감을 어긴 저자의 글은 빼버리고 다른 방법으로 지면을 때울 대책도 고민하고 있음을 알렸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출판사나 글을 부탁하는 쪽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마감이라도 반드시 지키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얼토당토않은 시일을 마감으로 제시하면 과감하게 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밤샘을 계속하고 건강을 훼손해가면서 억지로 지키는 마감은 한 번은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지킬 수는 없다. 마감은 지켜야 하므로 그렇게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 시간과 건강을 고려하고, 일하는 방식, 우선순위, 계획을 따져보고 지킬 수 없는 마감은 거부하거나 그 기간은 어렵지만 언제까지는 할 수 있겠다고 다시 제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일거리와 시간을 예상하고 안배하고 실천해내는 것이 바로 마감의 핵심이고, 심지어 글쓰기의 핵심이다.



아직까지 돈을 받고 글을 써서 넘기는 원고 청탁이나 계약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조차도 역시 마감은 중요하다. 그런 경우에도 언제까지 무슨 글을 쓴다거나 하루에 얼마만큼씩 글을 쓴다는 마감을 스스로 정해놓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추천한다. 공모전이나 투고를 준비하고 있다면 공모전 마감을 며칠 앞두고 밤새 몰아서 쓸 것이 아니라 계획대로 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짜서 최대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미로 재미 삼아 틈틈이 일상이나 경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면 어떤 주기로 최소한 어느 분량의 글을 쓰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혼자 세운 계획을 지켜나가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은 마감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 중요한 요소다. 언젠가 돈을 받고 책임감을 갖고 글을 써야 할 때가 되면 이때 쌓은 경험이 결과의 양과 질을 좌우한다.

엄청나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일정을 자꾸 어긴다면 어떻게 될까? 글을 쓸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날씨나 주변 환경이 글쓰기에 알맞을 때까지 기다리고,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이 잊힐 때까지 기다리고, 잠이 덜 깬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오후의 식곤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보자. 그러느라 마감을 어기는 것은 비극이다. 그렇게 마감까지 어기고 쓴 글이 과연 『안나 카레니나』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인가?


어떤 사람은 두꺼운 명작소설 한 편을 던져주고, 그 소설을 두 번 필사하고 나면 느끼는 바가 있고 습관이 드는 것이 있어서 글쓰기가 한결 좋아질 것이라며 글쓰기 연마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누구에게나 좋은 글쓰기 연마 방법을 추천하라면, 차라리 길고 짧은 글들을 미리 마감을 정해두고 기한에 맞춰 쓰는 것을 몇 번 해보라고 추천하겠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안배하는지, 분량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갑자기 글쓰기가 싫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경험하다 보면 글쓰기를 연마할 수 있다.

영화 감상문이라면 ‘정말 재미있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한 감상문을 올리겠다’라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마감을 정해놓고 3일 내에 혹은 주말까지, 뭐가 되었든 영화 감상문을 완성해서 올리자. 서울 시내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실제 건물을 답사하고 나서 답사 당일에, 만 하루 내에, 혹은 일주일 내에 글을 쓰자고 마감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그것을 꼭 지키려고 애쓰면서 글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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