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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짓는애 Apr 01. 2022

일단,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

노력형 인간의 셀프 챙김 생존 일기 <2022년 03월>


남의 일 말고 내 일, 내 밥 먼저 챙기기로 결심한 파워 J 노력형 인간이 한 주 동안 살아남으며 느낀 것들을 공유합니다. 이번 한 주도 잘 살아내셨나요? 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번 호는 첫 글 기념(?) 특별호로 3월의 월간 생존 일기입니다.)




월간 생존 일기

< #1. 살아 남아 보기로 했다 >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 소설 <밝은 밤> 중에서

그랬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그것도 ESFJ 답게 아주 계획적으로. 언제나 세상이 내게 바라고 기대하는 모든 일에 '성공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동시에 나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하루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24시간이었고, 한정된 시간 속에서 뒷전이 되는 건 늘 '내가 하고 싶던 일'과 '나를 챙기는 일'이었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내게 쉽게 야박해졌다.


'시간이 없으니까 점심 먹지 말고 일하자' '오늘 너무 피곤하니까 운동하지 말자'

'하고 싶은 거 배울 시간에 쉬고 일이나 집중하자' '졸린데 잠이나 자지 무슨 책이야'


나는 나한테서 시간과 힘을 빼앗아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투자했다. 그 투자는 나를 지금의 직장에 있게 해 주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지만, 나라는 약탈자에게 시간과 힘을 빼앗긴 나는 2022년 설 연휴를 앞두고 쓰러졌다.


황금 같은 연휴를 병실에서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동반 입실은 당연히 불가했고,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 좁은 병원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영양 주사가 똑똑 링거를 타고 떨어지는 것을 하염없이 지켜보며 나에게 야박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참회의 눈물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들의 기억은 처참했다. 참으로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하지 못하고 사는 삶이었다.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이 디폴트 값인 사람이 되어버려 세 끼를 챙겨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고, 늘 기력이 없어 운동은커녕 계단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지쳐버리곤 했고,  매일 밤 너무 피곤했지만 수면제 없이는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은 늘 '돈 아까워' '시간 없어' '피곤해' 등 다양한 이유들로 거절당했다. 그런 몸에 깃든 내 마음은 당연히 함께 병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급급했던 나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히 세상도 내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조차도 챙기지 않는 나를 다른 누가 챙겨주고 알아봐 줄 리 만무했다.


그리고 결국, 쓰러지고 난 후에 뒤늦게 문제를 깨달은 나는 생각했다.

 '일단,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


내 밥을 먼저 먹고, 내 몸을 먼저 챙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삶. 시간을 내어 나를 챙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삶. 이제 그런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역시나 ESFJ 답게 아주 계획적으로. 31년간 살아온 노력형 인간의 노하우를 이제 '내가 먼저인 삶'에 모두 녹여내 살아 남아 보기로 했다.




< #2. 살려면 50kg은 되어야 해요 >

설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에 갔던 날. 투약을 위해 체중을 확인한 후 그곳에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키가 작다고 한들, 서른한 살 성인 여성의 몸무게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를 확인했다. 살이 빠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응급실을 거쳐 병실에 입원한 후 만난 담당 의사 선생님은 그간 있었던 이런저런 증상들의 원인과 치료 방향을 설명해주시고는 내게 말했다.


'살려면 50kg은 돼야 해요. 지금은 또 쓰러지고, 갑자기 심장이 멈춰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예요.'


마침(?) 병실에 누워 내가 먼저인 삶을 살기로 다짐한 순간에 '살려면'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워딩이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이제  나를 위해 살아보려고 하는데, 쓰러지고 심장이 멈춰버리면 너무도 억울할  같았다. 드라마에서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 선생님 바짓가랑이를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듯 다음 회진을 위해 병실 밖으로 나가시는 선생님을 붙잡으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일단 최대한 드세요. 속이 불편해서 안 들어가도 억지로. 운동을 해서라도.'


그 말을 들은 그날부터 나름대로 아주 열심히 먹었고, 겨우 겨우 3kg, 몸무게를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소화는 잘 되지 않았고, 먹는 양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었고, 나는 월화수목금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었다. 내 일도 하면서 출근도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하루를 쪼개 내 하루에 운동을 더 해야 했다. 그렇게 반(半) 자발적인 '갓 생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3. 내 일도 하면서 출근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갓생'살기>

(부제 : 나에게 맞는 생존 전략 세우기)


안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아이였던 나는, 내가 먼저 살아남는 삶을 선택한 후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져 버렸다. 동시에 그 행복한 삶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었고, 나는 월화수목금 출근하는 직장인이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는 나에게 맞는 생존 전략을 찾아야 했다. (시간에 쫓기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 생존 전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한다.)


우선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을 리스트업 했다.

하고 싶은 것 : 요리 배우기, 시간에 쫓겨 읽은 책들 다시 정독하기, 브런치에 글 꾸준히 쓰기
해야 하는 것 : 운동하기, 세 끼 챙겨 먹기, 하루에 6시간 이상 자기

그리고는 우선순위를 정했다.

1. 끼니 잘 챙겨 먹기
2. 책 여유롭게 정독하기
3. 브런치에 글 꾸준히 올리기
4. 운동하기
5. 하루에 6시간 이상 자기
6. 요리 배우기

그 후 회사 일을 하는 시간 외에 내게 주어진 시간 중 가장 효율적이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들에 하나씩 '내 일들'을 배치했다. 시간 단위로 분 단위로 하루를 쪼개며 하루 계획표를 짜고 나니 흔히들 말하는 갓생살기* 프로젝트가 절로 떠오르는 빽빽한 하루 일정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런 전략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나는 또 나의 일에 야박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갓생 : MZ세대의 신조어, 갓(god)+인생의 합성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생활을 부르는 말, 목표 지향적인 루틴을 세워 실천할 때 갓생산다고 표현 / 출처 : 캐럿)


세상이 내게 기대하는 일에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이 일의 결과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압박감이 세트로 따라온다.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해내고 만다. 그렇게 세상의 일을 해내고 난 후의 나는 지쳐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내게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던 일,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미루고 휴식이라는 이름의 자기 방치를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나는 내게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지치지 않은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는 전략을 짰다.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하기 전과 후 그러니까, 조금 이른 아침과 조금 늦은 밤. 그러니까, '모두 잠든 사이'에 '내 일'을 먼저 '내 몸'을 먼저 '내 밥'을 먼저 그러니까 '내가 먼저'인 삶을 살아보기로 한 것일 뿐이다.


갓생이든 뭐든 (?) 결과적으로 나는 다시 열심히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나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써 다시 열심히 살게 되었다. 이 전략이 나에게 얼마나 유효할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른한 살에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란, 참 녹록지 않지만 꽤나 설레는 일이다.




뭐 먹고살았나

<뒷 산 : 메뉴는 내가 정할게, 요리는 누가 할래?>

씻어도 씻어도 흙탕물이 계속 나오던 냉이, 다 씻고 하나 하나 다듬어 볶으면 한 줌. 아, 나물은 참 귀한 음식이다.
따서 소쿠리에 담아 오는 내내 마스크를 뚫고 향이 진동하는 달래, 매콤 새콤하게 무치면 얼마나 맛있게요?

우리 집 뒷 산은 매년 봄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순서대로 나물들이 자란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뿌리부터 자라난 냉이가 파란 잎을 드러내며 물꼬를 튼 후, 냉이가 억세질 즈음 알싸한 달래가 하나 둘 자라고, 달래가 모습을 감추면 이곳저곳 어린 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바통을 터치해가며 우리 집 수촌리 식탁을 채운다.


지난주 뒷 산은 냉이가 한창이라 소쿠리 가득 냉이를 캐왔다. 뿌리가 은근히 깊어 어렵게 어렵게 캐온 냉이를 흙탕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고, 뿌리 사이사이에 남아있는 흙을 칼로 하나하나 긁어주고, 티겁지*를 하나하나 골라내야 손질이 끝난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궁리하며 냉이 볶음, 냉이 된장국, 냉이밥으로 몇 끼를 먹었더니 어느새 냉이 소쿠리는 텅 비어있었다.  (*티겁지 : 티끌의 방언, 우리 엄마는 늘 티겁지라고 하신다.) 나물이라는 게 어찌나 귀한 음식인지, 한 소쿠리 가득 캐와도 손질하고 다듬어 밥 상에 몇 번 올리면 이렇게 금세 동이 나곤 한다.


 소쿠리를 다시 채우러   산은 벌써 달래가 한창이었다. 옆에서 아주 어린 쑥들도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하늘하늘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달래가 모습을 감추기  부지런히 캐와서 깨끗하게 다듬어 매콤 새콤하게 달래 무침을 마들고, 남은 달래는 달래 간장을 만들었다. 그렇게 냉이로 시작해 달래까지,  산이 정해준 봄의 2코스를 맛있게 즐겼다.


빈 소쿠리는 다음 차례인 쑥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 즈음 어린 쑥이 어른 쑥이 되면 또 소쿠리 가득 따와 쑥전, 쑥 버무리를 해 먹어야지. 뒷 산이 정해준 고마운 밥상 덕분에 참 잘 먹고 산 한 주였다.

달래무침은 이렇게,
뒷 산에서 캔 달래의 티겁지를 골라내고 차가운 물에 깨끗하게 씻어 고춧가루, 식초, 집간장, 연두, 매실액을 간 보며 넣어주고 내 입 맛에 딱 맞게 새콤, 달콤, 매콤할 때 참기름을 쪼록 넣고 조물 조물




뭐 보고 살았나

<책 :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김진영>


사실, 나는 팀과 회사의 배려 덕분에 몸을 회복하기 위해 3월 한 달 휴직을 했다. 휴직 중에 간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다니. 운명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한 달을 쉬었으니 갭이어*는 아니고 갭몬스(month)라고 할 수 있을까. (갭이어 Gap year :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더 건강하게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 이직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아쉽게도, 나는 온전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여기저기 병원을 옮기며 입원하고, 치료받고, 검사만 받다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 시간은 확실히 내게 갭이어만큼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니 갭몬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하고(라고 적고 사고라고 읽는다) 싶은 게 너-무 많은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참 열심히들 일을 하고 있다. 가끔 같이 일하는 동료들, TV에 나와 성공담, 실패담을 말하는 사람들, 각자의 SNS에 하루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다들 열심히 사는지. 나는 가끔 왜? 그리고 어떻게? 엄밀히 말하면 '남의 일'을 그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답을 이 책에서 만났다.


우리는 일과 나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일인 삶. 일에서 성취한 것이 곧 나의 성취가 되고, 일의 실패는 곧 나의 실패가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일을 좋아한다면, 일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동일하다면 더욱 일과 내가 하나가 되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일이 더 이상 좋지 않아 진다면? 일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달라진다면? 아니면 내 삶의 방향은 바뀌었는데, 일은 그대로라면?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일과 나를 동일시하다 일이 주인공인 삶을 살게 되면 뒷전이 된 나는 어디 하나 고장 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일을 챙기는 만큼, 나도 챙김이 필요한 존재이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하고 나를 챙기는 시간을 꼭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갭이어다.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하는 시간은 휴직을 하고, 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며 일이 주인공이 된 삶을 살다가 놓친 개인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밥 잘 챙겨 먹기, 운동하기, 내 마음 들여다보기, 병원 가기, 멍 때리기,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보기 등)을 해보는 시간, 직접 그 모든 것을 해보지 않더라도 그것들이 필요했음을 깨닫는 시간이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오래 나와 일을 모두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 갭이어는 '일을 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더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하기 위한' 깨달음의 시간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갭몬스를 가졌다. 초반엔 이렇게 보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병원 통원과 , 휴식,  먹는 시간으로만 채워진 하루가 걱정이었고, 3월이 끝나갈수록 뭐라도 해내야 하나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책은 나의 죄책감과 조급함을 사하여 주었다. 확실한  나는 갭몬스였던 이번 3월과   덕분에 일과 나를 분리해야 한다는 , 나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일과 나를 분리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다시 돌아가면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있을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안의 생긴 여유를 나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했고, 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무엇이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이라면, 일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노래 : 바로 지금, Feel My Rhythm>


G선상의 아리아, 유럽 백화점 화장실이 떠오르는 세트, 공주 같은 드레스. 아주 촌스럽기  좋은  조합으로 가뿐히 레드벨벳은  취향을 저격했다. 감미로운데 신나는 모순적인 감정을 주는 노래. 가사처럼 듣자마자 바로 지금, 리듬을 타게 되는 노래다. 특히 조이의 '꽃가루를 날려, 폭죽을  크게 터트려.' 부분은 '조이가 조이 했다.' '닉값한다.'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부분이다. 뮤직비디오에서  파트에서 활짝 웃는 조이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파트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다. 이번  ,  노래 덕분에, 조이 덕분에 조금  JOY한 한 주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살게 한 것들

<가끔 행복할 때 많이 행복하자 우리>


경기도청에 벚꽃만 보러 온 사람이 있다?

조금 이른  꽃놀이를 다녀왔다. 갑자기 날이 따뜻해진 틈을  남들이 가지 않을  우리끼리 꽃을 보고 오자는 계획이었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꽃이 없는 꽃놀이를 하게 되었다.


꽃을 찾아 떠난 수원 화성은 앙상한 가지만 가득했다. 앙상한 나무들 틈으로 꽃봉오리 구경이라도 하겠다며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마음을 접고 돌아가는 길에 경기도청  벚꽃나무가 활짝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차를 틀어 경기도청에 주차를 하고 신이  엄마와 나는 장군이를 안고  그루의 벚꽃나무 앞에서 신나게 꽃놀이를 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엄마가 "그래도 꽃놀이를 했네 어떻게든!" 하는데  말이 갑자기 어찌나 웃기던지. 의지의 한국인, 꽃놀이도 의지로 해내는구나. 하는 생각에.


학교 끝나고 사진 찍으러 온 초등학생, 중학생들 틈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었다. "아줌마 사진 잘 찍지?"

꽃놀이를 오고 가는 차 안에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임영웅과 이찬원, 금잔디가 메인인...) 엄마는 갈 때는 가만히 듣기만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는 장군이 엉덩이를 박자에 맞춰 톡톡 두드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한 그루의 벚꽃이 엄마 기분을 좋게 한 것이 틀림없었다. 기분이 좋아진 엄마와 장군이를 데리고 요즘 유행하는 인생 네 컷 사진도 찍었다. 핸드폰으로 사진 다 찍을 수 있는데 뭐하러 이런 걸 하냐던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한 장을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 놓았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 덕에 떠났던 우당탕탕 벚꽃놀이. 인생에 가끔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가끔 행복할 때 많이 행복하고, 오래 기억해야지. 내 인생에 또 행복이 찾아온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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