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되었으면 한다

by 송하


요새 계속 뭔갈 하고 있다. 하나가 끝나면, 또다시 다른 하나가 시작되곤 한다. 수없이 놓인 계단 앞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지만, 자세를 고쳐 다시 서게 하는 마력의 무언가가 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잠깐의 숨 고르기를 끝낸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시도만 하다, 중간에 하차한 것도 있었고 끝까지 완수한 것도 있었다. 신기한 건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더 앞서있는 걸 체감하게 된다.


반면에 소홀해진 것도 있다. 이를테면 짬짬이 읽으려고는 하지만 영 진도가 안 나가는 가방 속 책이 그 주인공이었다. 기분 탓인지 책의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그럴수록 나는 가방끈을 더욱더 세게 부여잡고,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려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뒤를 염두에 두고 전진한다는 건 어떤 상태인 걸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면 어떤 마음으로 다잡아야 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특히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인 걸 볼 때면 더욱더 그랬다. 그토록 기다리는 버스는 분명 앞에서 올 텐데,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저의가 무엇일까라는 일종의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뒤로 향해있는 사람들의 눈에 시선이 갔다. 앞에 놓인 이 길이 너무 쉬운 길은 아닐는지,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생각에 지레 겁먹은 사람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초조한 눈빛이 느껴졌다. 그러곤 알아챘다. 그날의 하루가 이렇게 가버린 것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뒤편에 붉게 탄 노을 진 풍경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곤 했으니까.



그럴 때면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이왕이면 오늘 하루를 아쉬워하기 보다는 그리워하는 감정으로 채우자고.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재를, 미래가 오기를 갈망하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하는 편을 택하자고.

그렇게 매일매일을 그리워하다 보면, 하루의 끝은 마침표가 아니라 중간에 거치는 찰나의 여정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내일이 시작되기 전, 짧은 틈새 사이로 찾아오는 정적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재정비의 시간으로 여기면 될 뿐, 모든 것은 제자리에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로소 온전해졌다.

쉼표로 마무리되는 그날의 하루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행복의 이유다. 잠깐 불안했다가도 끝내, 그 불안감도 또 다른 형태의 애착이라는 걸 인지한 후 나의 시선은, 뒤가 아닌 정면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달리했을 뿐인데, 충만해진다.

귀중하게 느껴진다.

그날그날의 하루들이, 빛나는 오늘이, 그 일주일이, 마침내 채워진 한 달이.


지나간 날 대신, 현재를 그리워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여느 때보다 간절해질 수밖에 없게 하는 마법에 걸린다. 그럴수록 나의 하루는 값지게 느껴졌다. 24시간 중 두세 시간만 나의 시간으로 채우더라도 나는 곱절 이상의 가치를 얻게 된 꼴이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담아낸 일들을 차곡차곡 해내기만 하면, 나의 임무는 완성되어갈 수 있다.


게으름 속에서도 명백히 존재하는 철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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