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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Feb 24. 2024

00. 출산을 준비하는 한 가정 남편의 일기장

어느 가정의 임신 출산기

결혼 5년 차를 맞은 우리 부부에게 오래 기다렸던 아이가  찾아왔다. 어느덧 임신 16주 차가 되었고, 아내의 배도 슬며시 불러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빠가 된다는 실감이 드는 요즘,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우리의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한 고생의 나날들, 아이가 찾아왔을 때의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던 감정,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우리 부부의 욕망 등을 세세하게 글로 남겨보면 어떨까? 아내와 머지않아 곧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나의 글을 세 가족이 함께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웃고 떠들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부터 써내려 갈 이야기는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가 함께 커가는 성장기이다.


우린 사실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결혼 초기에 우리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와 함께 휴식하는 둘 만의 시간이 소중하고 즐거워서였다. 우린 틈틈이 일정을 맞춰 휴가를 내어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각지를 여행하고 캠핑도 즐겼다.


‘둘이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데, 굳이 아이가 필요할까?’ ‘아이를 돌보느라 우리의 행복을 놓치고 살면 어떡하지?’ 우리 시대 부모님처럼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1원 한 푼도 아껴 저축하고, 주말 공휴일 없이 일했던 부모님. 부모님의 희생에 너무 감사하지만, 나는 그런 부모님의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생각은 코로나가 찾아와 일상에 변화가 생기며 조금씩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누던 대면 만남이 제한되고 있었다. 바깥 활동을 하며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거움을 찾았던 우리의 일상이 제한되니, 어느새 우린 약간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가운데, 나는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를 주어 잃었던 즐거움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우기로  다짐했다.

그 버킷리스트는 ‘유기견 임시보호’였다. 유기견 입양 정보를 모아주는 포인핸드라는 어플을 스크롤링했다.


쭉쭉 위로 손가락을 튕기다가 깜빡이 없이 나의 마음에 훅 들어온 온 친구가 있었다. 흡사 여우를 닮은 강아지, 똘똘하고 선한 눈망울을 가진 남자아이였다. 사람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인기 견종이 아니었다. 시고르자브종이라 불리는 믹스견,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그의 외모에 반했다. 아니 홀렸다는 표현이 정확히 맞는 것 같다. 곧장 구조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임시보호를 진행했다.


반려견 스톤이 일깨운 우리의 꿈

그렇게 유기견 스톤이 와 우리의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스톤 이를 끔찍이 사랑했다. 틈이 날 때면 스톤과 함께 호캉스를 하고, 반려견 운동장에 찾아가 실컷 뛰어놀았다. 정기적으로 깨끗하게 샤워를 시켜 주었고, 또 스톤이 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해서 동물병원을 방문하고 예방접종을 빠짐없이 진행했다. 정작 우리는 독감 예방접종 조차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톤이에게 자신들을 엄마 아빠라고 지칭하면서 교감했다. 동물의 자식이지만, 우리는 그를 아들로 여기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서 스톤이의 발바닥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문뜩 아내와 공감하고 싶은 질문이 떠올라 물었다.


남편(거북이) l 우리 스톤이 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대하고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를 가지게 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 l 그러니까 우리 자식이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궁금하다. 사실 여보 아빠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거든.. 근데 스톤이 한테 하는 것 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내는 내가 항상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집어주는 말을 잘한다. 어깨뽕이 한껏 들어간 날이면, 아내의 말을 듣고 거만함을 빼려 노력한다)


스톤이 덕분에 잊고 있었던 우리의 꿈이 떠올랐다. 사회 생활하며 안갯속에 사라져 있던 꿈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행복한 가정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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