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이 Aug 02. 2024

낭만 가득했던 일본 프로야구 관람

홈런타자 무라카미 무네타가와의 만남

신주쿠에서 분주하고 빠르게 쇼핑을 마친 다음, 일본 프로야구 NPB에서 도쿄를 연고지로 운영되고 있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경기 관람을 위해 메이지 진구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어렸을 적 일본 리그에서 맹활약 하던 이승엽의 경기를 TV로 시청하면서, 일본 프로야구를 간접 경험했다. 당시 이승엽의 동료였던, 검객 오가사와라의 타법이 멋이 있어 나무 배트를 휘두르며 따라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해외에서 스포츠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을 때면, 역 부근에서 부터 스포츠 특유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응원하는 팀의 셔츠를 입은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기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고, 거리 곳곳에는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현수막이 거대하게 부착되어 있다. 경기장 안의 매점과 푸드트럭에는 연기를 날리며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요리하는 상인들 있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경기장이라는 공간의 밀도감을 높여준다. 에너지 밀도가 충만한 공간에 자신을 위치 시킴으로써 차분했던 나의 개성은 잠시 유체 이탈하며,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개성에 자리를 내어준다.




일본의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가를 만나다

6시에 정각에 맞춰 메이지 진구 스타디움에 안으로 입장했다. 매점에서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프라이드 치킨을 구매한 다음 사전에 예매한 3루 지정석 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 3루수 무라카미의 든든한 등판이 먼저 보였다. 무라카미는 WBC 준결승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9회말 쓰리런 홈런을 치며, 한 점 차로 지고 있던 일본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24세의 나이로 한미일 프로야구 최연소 200 홈런을 달성한 거포이다.


3루수 무라카미
무라카미 타석


TV에서만 보던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에 직접 와 있으니,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워낸 것처럼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 기린 생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경기를 관람했다. 취기가 돌아 살짝 알딸딸한 나의 신체가 야쿠르트 팬들의 응원가로 살짝 띄워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외야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나팔과 북소리 그리고 선수들의 응원가가 참으로 낭만이 가득하게 들려온다.


경기가 후반부에 이를 무렵, 스코어는 3-3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긴장된 상황에서 무라카미가 타석에 들어선다. 공 몇 개를 그냥 흘려보낸 뒤 시원하게 휘두르는 스윙, 공은 높은 곳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 담장 너머까지 뻗어간다. 홈런이다.


역전 스코어가 만들어진 순간, 전날 아메야 요코초에서 처음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 배운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뜻도 의미도 모르는 그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몸을 좌우로 리듬에 맡겨 흔들어 본다. 사직구장에 부산 갈매기처럼, 팀이 승리하고 있을 때 흥겹게 따라 부르는 응원가였다.


스왈로즈 팬들은 응원용 반짝이 우산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상하로 움직인다. 스왈로즈 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기고 있을 때 함께 부르는 반가운 응원가다. 야구장에 모인 팬들이 일심동체로 하나 되는 순간,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펼쳐 나와 환락을 이끌어 내는 예술을 만들어 낸다. 야구장 밖으로 밖으로 울려 퍼지는 홈런과 같은 웅장한 예술을 지켜보며, 일상에선 쉽게 느끼기 어려운 환락의 분위기와 감정에 깊이 빠져 본다.

메이지 진구 스타디움 현장 분위기
메이지 진구 스타디움 현장 분위기


이날 4월 27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경기는 3-4  홈팀 야쿠르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야구장에서 느낀 몽환적인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구단 기프트숍에 들렀다. 이곳에서 나는 유니폼과 티셔츠 마사지볼을 구매했다. 남들은 일본 스트릿 브랜드의 옷을 잔뜩 쇼핑해 갈 텐데, 우린 야구팀의 굿즈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 다소 웃겼지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여행과 소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것이 이상하거나 특이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나를 더 즐겁게 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통적인 부분으로 묶이지 않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지만 나만 좋아하는 니치 한 지점에 대해 나는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남들과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행동하는 이번 도쿄 여행과 같은 특이한 여행을 지속하고 싶다. 이상하고 특이한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행위를 계속할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변형하여 일본 여행 시리즈를 마친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고로 나는 다르게 존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세탄 백화점에서 셀린느 백 사는 남편의 미션 수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