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고통을 이겨내는 법
임신 후 아내는 날마다 상큼한 과일을 자주 찾고 있다. 속에서 뱃멀미 할 때와 같은 울렁거림이 올라오는 데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상큼한 과일을 계속 먹고 싶다고 했다. 특히 키위나, 수박 등 과즙이 풍부한 과일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어지러움과 속의 메스꺼움 증상이 24시간 내내 반복된다고 하니, 아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더욱 안쓰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임신 초기를 지나니, 아내의 신체에 점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 균형 잡혀 위치해 있던 몸속 장기들이 아이와 공간을 나누면서, 장기가 신체에서 재배치되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듯하다. 35년을 아기 없이 지내왔던 신체가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배는 볼록해지고, 다리는 부어오기 시작한다.
아내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이 감정에 깊숙이 젖으려 하지 않았다. 고통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마주하며 흘려보내는 하루를 살았다. 임신 중이라 예민하기도 하련만, 늘 가정에서는 사랑이 가득하고, 일터에서는 책임감 있게 일을 소화해 냈다. 우울한 감정에 자신을 일치화 시키지 않는 것, 바로 이 지점이 지난 5년 동안 아내와 함께 살아오며 지속적으로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다는 지점이다.
아내는 고통에 관해서 승부사 기질을 보인다. 고통을 마주하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초기 시스템 값을 설정하는 듯하다. 때문에 고통 앞에서 늘 무너지지 않으며, 내면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아내는 매사에 성장하고, 승리하는 것을 반복한다. 일터에서 짧은 시간 내 팀의 리더로 성장하였고, 일터 밖에서 맺는 지인과의 교류관계도 원만하다. 아내에게는 임신해서 겪는 신체적 변화에 따른 고통도 극복의 대상이었다. 메스꺼우면 과일을 깎아 먹고, 밖에선 가방에 새콤달콤을 챙겨 다니며 상큼함을 씹으며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아내가 강인한 마음을 갖게 되는 주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대수롭지 않음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본인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온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저 살아가는 시간에 한 순간일 뿐 고통에 깊게 의미 부여하지 않으며, 고통 앞에 쉽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가끔은 힘이 들 때 모든 걸 내려놓고 내 어깨에 기댈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이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광산 산업에서 실패하고도 패배주의에 젖지 않았다. 세계를 여행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 여정을 떠났다. 아내에게 자유인 조르바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고민과 걱정이라는 사슬에 발목 잡혀 있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즐겨서 이겨내 보려는 모습 말이다. 아내는 참으로 강인한 사람이다.
아내를 보며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 홀리가 이런 현명함을 닮았으면 했다. 살아가며 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마주하겠지만, 그것을 엄마와 같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면 한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겪을 수밖에 없는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고통에서 이겨내어 성장시켰으면 좋겠다. 홀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즐거운 여행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