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는 개성
‘홀리는 누구를 닮았으면 해?’ 어느 평범한 저녁 가지런하게 놓인 반찬과 밥을 먹으며, 아내와 함께 태어날 딸의 외모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아내를 닮았으면 하는 부분: 얼굴형태(둥근형), 눈(큰 눈), 입, 면역력, 밝고 투명한 피부
- 나를 닮았으면 하는 부분: 코(오뚝 선 콧날), 머리숱
그리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오고 간 대화였다. 우리 둘은 아이의 외형적 모습이 대체적으로 아내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를 닮은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아이의 외관을 상상 속에서 마음대로 그려 보았다. 아빠를 판박이처럼 닮은 연예인 딸들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지만, 화들짝 놀라서 그 생각을 지웠다.
그날 이후, 심각하게 아이폰 메모장에 글을 써 가며 아이의 외모에 대해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홀리가 예뻤으면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사회적 발언이 통용된다.
아마도 이 말은 예쁘다고 평가받는 여성은 타인에게 이끌림을 주어, 사회 활동이나 결혼 등의 제도 등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말의 기원을 스스로 깨닫게 되니, 딸의 아버지로서 이 말이 무의식 중에 나에게 들어와 체화되는 것을 조금 더 경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이 살아갈 사회는 외모와 성별에 있어서 차등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대신, 딸이 외모 대신 후천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개성으로 사회에 몫을 다하는 구성원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남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하고, 여성은 예뻐야 한다’가 인간 각자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없애고, 사람을 획일화시키는 틀에 갇힌 사고라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 그림에서 격자무늬로 수없이 반복되는 공산품처럼 사람을 똑같이 찍어내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에 동조하여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생각의 범위에 비껴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에, 다수가 소수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사회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현재 존재하는 극심화 된 양극화 갈등처럼..
나는 홀리가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외모)을 충족시키기보다, 자신이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기 주도적인 미적 기준(개성)을 개발하고 확장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홀리가 가질 매력적인 개성이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발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창조적 사회를 만든다. 사람들의 개성을 지켜내고, 다양한 개성이 화합되게 하며, 평범함이 볼 수 없는 시각을 만들어 낸다.
홀리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고유한 개인으로 이 사회에서 인정받게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