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여행 둘째 날
여행 첫날 무거운 몸을 회복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어 다음날 일찍이 하루를 시작했다. 호텔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조식을 호사스러운 뷔페에서 각종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호텔에서 머물 때 첫 뷔페에 입장하기 전 설레는 마음이 있다. 들어가서 어떤 음식을 골라 먹을까? 이번에는 건강하게 샐러드 위주로 먹어볼까? 나만의 뷔페 식단을 고민한다. 직원에게 아기 의자를 요청했지만, 역시 곧바로 의자를 획득하는 것은 욕심임을 깨닫게 된다. 세 번의 요청 끝에 의자를 받고 아이를 앉힌 다음 음식을 덜어오기 위해 테이블을 떠났다. 수많은 음식 앞에서 무엇을 먼저 먹을지 헤매다가 아이의 밥과 반찬부터 먼저 퍼오라는 아내의 당부가 떠올라 멘털을 다잡았다.
키즈 코너가 있어, 밥과 치킨 닭다리 생선 등을 플레이팅 하여 테이블로 서빙한다. VIP의 식사가 시작되고, 안심의 한숨을 내쉰 후 우리가 먹을 음식도 가져오기 위해 자리에 다시 한번 일어선다. 고기보다 생선을 선호하는 나는 역시 흰 살 생선부터 먼저 집었다. 다음은 볶음밥, 딤섬, 하나둘씩 플레이트가 음식으로 채워졌다. 마지막으로 망고와 수박주스를 잔에 따랐다.
아내가 왠지 수박주스를 찾을 것 같아 웃으며 잔을 아내에게 건네었는데, 아뿔싸 수박주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 6년 동안 여러 번 이야기한 모양인데 그것을 또 까먹었나 보다. 기억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머릿속 아내가 싫어하는 리스트에 수박주스를 넣고 별표를 세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오늘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업과 육아에 지친 나는 뻥 뚫린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하며 온갖 걱정거리들을 그곳에 남겨뒀으면 좋겠다 상상했다. 옷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이도 민트색 쫀쫀이 수영복을 애써 입히고 밖을 나왔다.
아이에겐 제주 여행 이후 세부 바다가 두 번째 기억이 될 것이다. 첫 번째 경험은 밥시간을 놓쳐 바다에서 많이 울었던 아픈 기억이다. 세부 바다에서는 꼭 점심과 간식을 재시간에 챙기기로 했다. 바다에 대해 갖고 있는 아이의 기억이 부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아이와 아내 그리고 나 일열로 손을 맞잡으며 아장아장 바다를 향해 걸었다. 머지않아 호텔의 야외 식당 뒤로 반짝반짝 빛이 반사되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털 색깔의 명롱 하게 반짝이는 바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보게 된 탁하지 않는 깨끗한 물 색깔이 눈을 정화시키고 있다. 저곳에 빨리 몸을 담그고 싶다는 욕망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땡볕 날씨여서 무척이나 더웠지만, 쉴 수 있는 파라솔 덕분에 그늘에서 쉬면서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곧장 아이를 튜브에 태우고 물놀이를 했다. 광활한 바다에 떠 다니는 부표가 된 아이는 꿀렁꿀렁 대는 감각에 어색해 하지만, 이를 즐기기도 하는 듯했다.
아이와 한참을 발장구 치다가 얕은 바닷속 크고 긴 잉어처럼 생긴 물고기를 보았다. 수심이 얕은 곳에도 물고기가 이렇게 발견된다면.. 저 깊은 곳은 어떨까?? 물속 세계랄 탐험하고 싶어 스노클링 장비를 챙겼다.
육지라는 세계에만 살아가다가 바닷속에 사는 생명체를 눈으로 확인하니 지구라는 생명 플랫폼이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평형으로 개구리처럼 잔망스럽게 발을 총총 쳐낸다. 물이 깊어질수록 바다 세계의 생명체는 다양하다.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처럼 형광색을 비추는 파란 고기가 있고 아주 작은 피라미 같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움직이는 장면도 목격한다.
그러다 문득 바다 위에서 젓가락처럼 서 있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 몸을 일자로 세웠다. 그런데… 아뿔싸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 일 년 동안 수영을 배웠다는 자만심에 도취해서 악수를 둔 것이다. 꼬르륵꼬르륵 몸이 가라앉았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Help” 소리를 쳐보지만, 내 소리가 작았는지 다급하게 다가오는 이 없다.
아 이제 끝난 것인가? 가족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이곳에 왔는데 꼬르륵 바다 속에 가라앉을 두려움이 뇌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