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탐험일지] 실력을 갖춘 영업맨을 만나다

2화. 251107. D사 미팅

by 타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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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예전부터 이야기만 전해 들었던 D사 사장과 그 밑에서 해외영업을 돕고 있는 A 씨를 만났다. D사는 무쇠 팬을 만드는 회사인데, 자체적인 판매 여력이 부족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70대 중반의 D사 사장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국내 온라인 시장 판로를 개척하고 싶어 했다. 나로선 온라인몰의 기본적인 운영구조를 설명해 준 다음 어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였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가지 안을 제시했다. D사 사장을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주변인의 부탁을 받고 만난 터라 이렇다 할 비용을 청구할 생각도 없었다.


고집이 강한 걸로 알려진 D사 사장은 본인이 어느 정도 들어본 영역에서는 이해를 하려 노력했지만, 그 밖의 영역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편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만큼 작은 비용 하나하나가 부담일 테지만, 최소한의 최소한으로 잡은 비용마저 주저하니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집이 강한 사장은 대체로 일이 내몰리기 전에는 혁신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본인의 분야에 대해선 빠삭한 편이라 세상이 조금만 느리게 흘러갔더라면, 자기 영역 내에서 여전히 건재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시류는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그럼에도 형색은 영락없는 노인이었지만, 사업을 오래 한 사람답게 눈빛은 아직 살아있었다. 여전히 그를 돕고자 하는 인물도 여럿 있는 것을 보면, 그의 고집을 존중하면서도 재빠른 시대 변화상을 안타깝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이날 나의 관심은 D사 사장 쪽보다도 A 씨에게 쏠려 있었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로 보이는 A 씨는 일본 수출 오퍼상을 20여 년 해온 인물이라고 했다. 현재는 여러 업체에서 해외영업 일을 받아 일본 현지에서 영업맨으로 뛰고 있는 듯했다.


A 씨에 대해서는 첫눈에 보기에도 꽤 호감이 갔고, 깔끔하지만 무정하진 않은 편이라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오랜 기간 영업 경험을 갈무리해 온 내공이 말과 행동에 묻어났다. 내가 그 정도의 나이 정도까지 일을 이어갔을 때, 이만한 매력을 갖출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A 씨는 D사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무상으로 일을 돕고 있다시피 했는데, 그 외에도 여러 업체의 일을 봐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처럼 많은 것들이 분명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낯선 개념이지만, 한 세대 이전에 사업을 시작했던 인물들은 이렇게 여전히 정과 의리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상부상조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다 어느 한쪽이 일어서면 그때 함께 이익을 보답하는 셈이다. 철저한 셈법이 오가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오고 가는 정이라니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너무 수시로 바뀌는 요즘 사회에서는 나이 드신 분들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여러 관계는 깊어져 가지만, 결국 일이 되지 않아 인연이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그럼에도 A 씨는 여전히 이곳저곳에 자신의 낚싯대를 던져두고 있었다.


명철한 사람이라 본인만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세우고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여러 면모가 그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는 점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일은 결국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만큼, 나 또한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내심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깊은 곳에 두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야 만큼 여러모로 생각할 만한 거리를 남겨주고 헤어졌다. 오늘 미팅의 주요 목적은 아직 보류 단계지만, A 씨에게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설명을 찬찬히 잘 해냈다는 평을 들은 것은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추후 접점들이 닿아 A 씨와도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마 그가 경험한 많은 것들을 어깨너머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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