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50714. 탈피
처음 <대도시 탐험일지>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지난 3년간 1인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 순으로 엮어보려 했었다. 그래서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들춰보며 나름 흥미로웠거나 유익했던 일들을 분류하던 차였다.
하지만 1화를 쓰기까지는 예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써놓고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던 지난 일들에 스스로 감흥이 떨어진 탓이다. 나는 여전히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은 꼬마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제에, 흘러간 일들에 너무 천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뒤를 돌아보고 반추하는 것과 감상에 젖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흘러간 뭔가를 추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십만 리인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시리즈를 이어가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 꼭 시간 순이 아니더라도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옴니버스 방식으로 풀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주안이 아직 현재와 미래에 훨씬 많이 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든다. 방향을 재설정한 덕분에 다시금 이렇게 1화를 쓸 수 있는 의욕을 되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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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분기를 마주했을 때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다음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때로는 그 선택이 기존의 것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기도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이 딱 그렇다.
이제껏 쌓아 올린 기반을 토대로 당분간 앞날을 살아갈 줄 알았는데, 또 한 번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딛게 된 것이다. 곧 제조업에 종사하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될 듯싶다. 나의 역할은 아마도 유통판매와 마케팅 쪽이 될 것 같다.
그동안 키워온 나의 일이 조금씩 다음 챕터로 넘어가려나 싶었지만, 그 모든 게 프롤로그가 되어 버린 기분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새로운 일 쪽으로 점차 비중이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막 1화를 쓰는 입장이니 어쩌면 이편이 더 재밌을 지도 모르겠다. 결론이 나 있는 지난 이야기보다 진행 중인 지금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일은 다 소용이 없는 것이 되었느냐, 에 대해선 꼭 그렇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나는 가용한 자원들을 잘 활용해 왔고, 새로운 일에 있어서도 지금 가진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오래전 기자 일을 하면서는 협상력을 배웠고, 기업 홍보팀에서 일을 할 때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 학습했으며, 개인사업을 하면서는 회사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경영에 대해 직장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재료들을 잘 섞고 비비다 보면 꽤 괜찮은 음식이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마음으로 또 한 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 보려 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된 이야기들을 여기에 풀어볼 예정이다. 가끔씩은 지나간 것들 중에서도 나눌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공유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