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탐험일지] 자기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0화. 250514. 탐험가.

by 타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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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가끔, '직업'이라 쓰인 공란을 채워 넣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어느 한 조직에 속해 있거나, 비교적 업무 구분이 분명한 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회사원, 공무원 또는 연구원, 디자이너 등 잘 알려진 명칭을 써넣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처럼 의뢰처에서 요청하는 온갖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나, 과거에는 없었던 신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잠시 망설이기 마련이다. 음, 내가 하는 일과 가까운 직종이 어떤 게 있더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경우에는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대략 콘텐츠 제작자 또는 자영업자로 적는 편이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머릿속으로는 언제나 이런 상상을 한다. 격식과 위엄이 가득한 직업란에, 당당히 '탐험가'라고 써넣는 모습.


그렇다. 나는 탐험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탐험가, 얼마나 낭만 넘치는 직업명인가. 마음속 잘 벼린 정글도 하나만으로 무장한 채, 세상이라는 정글을 파헤치는 탐험가야말로 나를 들뜨게 만드는 직업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이후에 쏟아질 상당한 수의 물음표들을 아직은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어느 머나먼 외국에 입국할 때 'explorer' 라고 무심한 듯 써보는 게 꿈일 따름이다.


올해 가을에 태어날 아이에게는 탐험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내의 일리 있는 만류를 여럿 넘어서야 겠지만.


그렇다. 꼭 정글도를 손에 쥔 채,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가야만 탐험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탐험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숱한 어려움에 도전하는 탐험심이니까. 늘 미지의 위험을 감당하며 꿋꿋이 자기 길을 만들어 갈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탐험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각종 이야기들을, 이곳에 '탐험 일지' 형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당장은 서울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로서의 소회가 주축이 될 듯하다.


재미가 있을진 잘 모르겠다. 언젠가 재미가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럼, 0화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