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생각을 문장으로 남기는 걸 좋아했다. 꽤 복잡한 생각도 써 내려가다 보면 조금은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끝마치고 나면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 덕분에 한창 스스로가 복잡하던 청소년기부터 나만의 글쓰기를 즐겼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일기장에 쓰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마 학교 교육에서 비롯된 이상한 당위감 때문인듯하다. 작은 것이라도 매일 써야 할 것만 같고,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를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대체로 키보드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처음에는 워드 파일로 저장해서 폴더화를 시켜두었는데, 어느 정도 분량이 쌓이자 언제부턴가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내밀한 이야기였지만, 온라인상의 이름 모를 누군가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일상에선 신의가 두터운 친구가 아니라면 쉽게 내어주지 않는 관용을, 온라인상에선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꽤 쉽게 베풀어주곤 한다. 나는 딱 적당한, 그런 거리감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처음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음에 맞는 블로그 이웃과 소통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먼 듯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브런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만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마침 그때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내 안을 깊숙이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꼭 좋은 글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음을 잘 알지만, 그때는 그랬다. 물론 그러한 욕망이 지금의 나를 형성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 됐든, 나는 당시 꽤 열심히 하고 있던 네이버 블로그를 과감히 문 닫았다. 이웃과의 관계도 중요했지만, 작가가 되려면 역시 검증된 플랫폼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들뜬 부채감이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브런치에서 목에 힘을 빳빳이 준 채 글을 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렇게 4년간 열심히 가꿨던 브런치를 재작년에 과감하게 탈퇴했다. 가끔 인사를 주고받던 감사한 분들도 계셨지만, 언젠가부터 또 한 번 관계와 눈치에 얽매이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꽤 예전부터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고 지금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위한 글은 스스로를 꽤 지치게 한다. 글이라면 뭐가 됐든 쓰면서 먹고살기만 하면 좋겠다고 바랐던 오래 전의 나에게는 조금은 미안한 일이지만 실상이 그렇다.
누군가의 이목을 끄는 글에서는 나 자신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나의 일기장을 오프라인으로 옮겼었다. 하지만 그조차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제는 기록을 누적하기에 오프라인 매체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브런치 작가신청을 앞두고, 괜히 탈퇴까지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운 좋게 다시 자격을 얻어 이러저러한 글을 남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