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태어났다. 이제 인생 40일차, 이름은 예준이다.
나와 아내를 믿고 이 땅에 찾아온 새 생명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마음이 든다. 반가움, 애틋함, 사랑스러움, 짠함, 든든함 등등. 형용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이러 저리 일렁인다.
많은 부모들처럼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떠할까, 꽤 살아갈 만한 세상이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도 가져보면서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얼마간 운영하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오롯이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세 가족이 집에서 종일 지내는 삶, 이러한 삶의 모양에 사실, 여러모로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너무 가까우면 작은 것에도 서운해지기 쉬운 게 사람의 마음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간에는 어느 정도의 적정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사실 어쩌면, 이런 일 저런 일을 모두 겪으면서도,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남아 있는 게 또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갖은 어려운 일들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만한 어려움인가. 곰곰이 고민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진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둔 채 삶을 지속해왔다면, 이번에는 한 번 지지고 볶으며 제대로 마주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라는 오기도 생겼다.
그동안의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을 만한 그릇으로 변모해 왔는가. 그 시험대로 삼기엔 참으로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 듯했다.
이와 같은 결정에 큰 용기를 주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영화 <어바웃 타임>에 나오는 주인공 팀의 아빠다. 좋은 아버지상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았겠지만, 부득이 가상의 공간에서 찾았다.
팀의 아빠는 아들이 온갖 좌충우돌을 경험할 동안에도 묵묵히, 나지막이 그 곁을 지켜주었다.
때로는 경험에서 우러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도록 지난한 용기를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멋진 아버지의 모습인 듯하다.
게다가 그는 집안의 여러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마음 놓고 의지하고 화목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지자가 되어 주기도 했다.
물론, 팀네 가족에게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니, 현실 속 우리도 보다 지혜로워진다면, 일정 부분 팀의 아빠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그와 같이 같은 책을 두 번씩 읽진 못하겠지만, 덕분에 다시금 삶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잡아먹는 갖은 유혹들에서 벗어나, 독서, 건강, 학습, 글쓰기... 와 같은 값진 것들에 재차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이다.
나는 팀의 아빠만큼 시간이 많지 못하니 조금 더 부지런을 떨 게 되는 듯하다.
조금 더 나이 든 시점의 나는 어떠한 모습일 것인가, 예준이가 바라보는 나는 어떠한 아버지일 것인가.
물론, 아이의 눈에 완벽하긴 어렵겠지만, 우리 아빠는 참 멋진 사람이야, 라는 이야기를 우스개라도 들을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은 두세 시간마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일부터 시작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