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BLACKHOLE', 낯섦마저 빨아들이는 새로운 앤썸의 탄생
2021년 데뷔곡 'ELEVEN'으로 단숨에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던 아이브(IVE)는 'LOVE DIVE'와 'After LIKE'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3연타를 거치며 거물급 K-POP 아이돌의 위상을 거머쥐었다. 이어폰을 넘어 초등학교 교실까지 점령한 정규 1집 《I've IVE》는 이들의 확고한 현주소였다. 하지만 최정상에 오른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거웠다. 'REBEL HEART'와 같은 준수한 트랙이 여전히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지만, 'I AM' 이후 아이브의 파급력이 예전만큼 압도적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랐다. 소속사 스타쉽 역시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아이 두 미(I Do Me)'로 인상적인 데뷔를 치렀던 후배 그룹 키키(KiiiKiii)마저 '댄싱 얼론(Dancing Alone)'에서 한풀 꺾이는 추세를 보이면서, 이 거대한 기획사에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했다.
그렇게 등장한 정규 2집은 앨범명부터 노골적인 선언이다.
도약을 위한 부활, 그 이상을 의미하는 《REVIVE+》.
이 야심 찬 앨범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는 선공개 곡 'BANG BANG(뱅뱅)'과 본 타이틀곡 'BLACKHOLE(블랙홀)'이다. 웨스턴 무드가 가미된 대중적이고 직선적인 EDM 'BANG BANG'으로 분위기를 예열하고, 한층 웅장하고 진중한 톤의 'BLACKHOLE'로 쐐기를 박는 방식은 블랙핑크(BLACKPINK)가 최근 '뛰어(JUMP)'와 'GO'를 통해 보여준 행보와 꽤나 유사하다. 다만, 블랙핑크가 대중의 예상을 벗어난 변칙적인 형태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과시했다면, 아이브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나르시시즘'의 서사를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하며 한층 진화된 모습을 무기로 삼았다.
더블 타이틀 중 단연 귀를 사로잡는 것은 'BLACKHOLE'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의 첫인상이 꽤나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스피커로 스쳐 지나가듯 들었을 때, 화보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메가 크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셔플(Shuffle) 리듬의 조합은 선뜻 곡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웃긴 건, 바로 그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이 곡을 각 잡고 다시 듣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그것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기어코 트랙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하게 만드는 '당김, 인력(Gravity)'으로 작용했다.
곡의 구조는 그 자체로 거대한 블랙홀의 물리적 특성을 청각화한 듯하다. 피치가 떨어지며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리즈의 인트로 "Shall it all be sung, be done like this, this, this, this"로 포문이 열리면, 곧바로 원영과 이서가 변칙적인 셔플 리듬 위로 걸어 들어온다. 절뚝이는 듯한 비정박감은 의도적인 긴장감과 불안정한 느낌을 조성하지만, 유진과 가을의 파트로 넘어가는 순간 비트는 정박으로 전환되며 청자를 순식간에 곡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프리코러스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이다. 목소리 위로 리듬을 걷어내고, 리버브(Reverb)를 짙게 머금은 성스러운 합창과 타악기를 짧고 임팩트 있게 내리치며 웅장함과 공간감을 끌어올린다. 그렇게 도달한 레이와 원영의 1절 코러스 "Love flame"은 다가올 폭발을 위한 전조에 불과하다.
2절은 1절의 구조를 반복하되, 유진의 프리코러스 "All the way"에서 에너지를 단숨에 응축한 뒤, 이어지는 본격적인 코러스 "Look at me"에서 그것을 한꺼번에 터트리며 고조감을 선사한다. 무질서하게 허공을 휘젓는 듯한 레가토 베이스 리드는 코러스 내내 혼란스러운 텍스처를 부여하고, 브릿지 파트에서 또 한 번 급격한 하강을 유도한다.
하지만 빌드업 이후 1절과 2절의 코러스가 연이어 터지며 완만하고 안정적인 상승 궤도를 그리는 결말은 '끌어당김과 확장'이라는 우주적 현상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청각의 낯설음은 시각의 압도감으로 상쇄된다. 'BLACKHOLE'의 뮤직비디오는 과도한 CG에 의존하기보다 물리적인 스케일과 피지컬로 승부수를 띄운다. 비현실적인 초고층 탑(잠실 롯데월드타워)과 거대한 돔 무대(광명 스피돔),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메가 크루의 군무는 분명 현실 공간임에도 비현실적인 기묘한 낯설음을 자아낸다. CG 처리가 익숙할 법한 배경마저 거대한 모니터의 빛으로 채워내고,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듯한 하이패션 화보 컷들조차 웅장하고 비장한 무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 모든 파편화된 이미지들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결국 음악의 힘과 멤버들의 뛰어난 연기다.
리즈의 단독 컷으로 시작된 영상이 여섯 명의 아이브로 확장되며 맺어지는 수미상관 구조 또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로운 장을 여는 IVE의 New An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