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과 포커스 사이의 유쾌한 교집합, 하츠투하츠 'RUDE!'
올해 K팝 씬의 타임라인은 시작부터 숨이 가쁘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와 키키(KiiiKiii)의 신곡만큼은 빠짐없이 다루리라 다짐했건만, 키키 '델루루 팩(Delulu Pack)' 리뷰의 마침표를 찍기가 무섭게 하츠투하츠의 새 디지털 싱글 'RUDE!'가 기습처럼 떨어졌다. 여기에 아이브(IVE)의 정규 2집까지 등판하며 거대한 신곡 러시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쏟아지는 신곡들 사이에서 다른 팀까지 감당해보려 했던 치기 어린 다짐은 기분 좋은 압박감으로 변했지만, 적어도 하츠투하츠의 이 발칙한 신곡만큼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발매 4일 차에 접어든 하츠투하츠의 신곡 'RUDE!'를 논하기 전, 이들의 지난 1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데뷔곡 '더 체이스 The Chase'부터 '스타일 STYLE', 그리고 '포커스 FOCUS'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영리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다인원 그룹이라는 특성과 결코 가볍지 않았던 데뷔곡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대중성과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설득하기 위해 꽤나 섬세하고 지난한 마케팅이 요구되는 팀이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는 노련했다. 여름을 겨냥한 상큼하고 청량한 'STYLE'로 대중의 허들을 낮추더니, 곧바로 'FOCUS'의 시크하고 쿨한 무드로 코어 팬덤을 결집시켰다. 데뷔 첫해에 이토록 다채로운 질감을 증명해 낸 것은 충분히 성공적인 행보가 아닐까?
요즘 하우스가 대세인가?
흥미로운 점은 하츠투하츠가 'FOCUS'에 이어 이번에도 '하우스(House)'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동시대 그룹인 키키는 물론이고, 지난 1월 발매된 XG의 'HYPNOTIZE' 역시 하우스의 문법을 차용했다. 짧은 시기에 여러 팀이 동일한 장르적 궤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5세대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말아주는 하우스의 '맛'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갑다.
하츠투하츠는 이미 'FOCUS'에서 시크하고 세련된 하우스를, 수록곡 'Apple Pie'에서는 반짝이는 누디스코 스타일을 유려하게 풀어낸 바 있다. 전작에서 이미 증명한 장르를 연달아 꺼내 들었다는 것은 자칫 기시감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RUDE!'는 이 의구심을 어떻게 돌파해 냈을까?
'STYLE'과 'FOCUS' 사이, 그 유쾌한 교집합
첫인상을 정의하자면, 이 곡은 'FOCUS'의 세련된 골격 위에 'STYLE'의 발랄한 과즙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포지션이다. 'STYLE'의 맑고 청량함보다는 한층 당당하고 미스터리하며 유쾌하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뮤직비디오 속 '빵냥이'를 소환해서 감안할 때 'FOCUS'의 무드에 56%쯤 더 기울어져 있는 곡이라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
곡의 설계도는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하다. 시작부터 코러스 파트에 필터를 걸어 삽입한 인트로는 리스너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곡 전체에 비밀스러운 안개를 깐다. 이 안개는 유하(YUHA)의 "누가 뭐래도"라는 파트까지 자연스러운 추진력을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트랙에서 가장 텐션이 떨어지기 쉬운 벌스 1을 아예 랩으로 꽉 채워버린 점도 영리하다. 다인원 그룹의 분량 밸런스를 챙기면서 평면적이고 밋밋해질 수 있는 구간을 실속 있게 방어해 냈다.
이후 프리코러스에서 코러스로 이어지는 구간의 전개는 단숨에 귀에 감긴다. 특히 코러스의 한국어와 영어의 라임 배치가 절묘하게 맞물려 리듬감이 배가되고,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 라인은 중독적이며 유니크하다. 이어지는 벌스 2는 벌스 1보다 다이내믹한 강약을 부여해 입체감을 살렸고, 이미 익숙한 전개를 다시 쌓아 올리고 이어지는 포스트 코러스 구조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편안하다.
그리고 브리지. 카르멘의 짧지만 짜릿한 고음이 공기를 가르고 나면, 이 곡의 명실상부한 킬링 파트이자 화제의 중심인 스텔라의 영어 인터루드가 등장한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속 내레이션을 연상케 하는 이 당돌한 독백은, 숏폼 바이럴을 노린 기획이든 아니든 곡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완벽한 변곡점이다. 화제성, 중독성까지 알뜰히 챙긴 킬링파트.
자본력과 미장센, 그리고 숨겨진 의문 부호들
뮤직비디오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The Chase'나 'STYLE'에서도 SM의 자본력은 충분히 감지됐지만, 'FOCUS'부터는 그 넉넉한 예산이 멤버들의 콘셉트 소화력과 완벽하게 맞물리며 최상의 아웃풋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번 'RUDE!' 역시 그에 비견될 만한 프로덕션 퀄리티를 자랑한다. 세트의 질감, 소품의 디테일, 착장, CG 등 화면을 채우는 모든 요소에서 수많은 스태프의 땀방울과 압도적인 자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1년 차 신인에게 이 정도의 예산을 주저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기조는 감탄을 자아낸다. (스타쉽이었다면 아이브에게 쏟았을 돈이라는 거다.)
다만 서사가 강화되다 보니 연기가 가미되는 장면에서 찰나의 어색함이 스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연기력 문제인지, 디렉팅의 아쉬움인지, 혹은 감독이 최적의 테이크를 잡아내지 못한 것인지는 미지수다. 또한 프로덕션에 투입된 스태프들의 '덕력'이 과열된 탓인지, 화면 곳곳에 너무 많은 메타포와 장치가 포진해 있어 팬덤 바깥의 일반 대중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여지도 다분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의문스러운 지점은 다양한 화면 비율(Aspect Ratio)의 사용이다. 16:9에서 시작해 4:3, 2.35:1, 심지어 화면 분할과 트랜지션까지 활용해 비율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각 비율이 품고 있는 특정한 연출적 의도나 법칙(S2U 하츄 컴퍼니 시스템 속의 4:3 비율, 현실의 2.35:1 시네마 스코프 비율, 안무 퍼포먼스의 16:9 비율로 대충 정리되는 거 같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랬다저랬다, no rule", "내 멋대로 move"라는 가사처럼 고정되지 않는 애티튜드를 시각화한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1절 부분은 세계관의 표현을, 2절은 사건을 전개하는 형식이고 후반부의 코러스부터는 문을 열고 경계를 넘어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안무를 추는데 툭하고 16:9로 전환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짜 하트와 해프닝, 시스템을 대하는 태도
SNS 시대의 관심과 애정을 은유하는 '하트 공장'에 가짜 하트가 범람하며 시스템 에러가 발생한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키키의 '404 (New Era)'가 겹쳐 보인다. 키키가 '시스템 밖의 자유로운 좌표'를 부르짖었다면, 하츠투하츠의 'RUDE!'는 이 혼돈을 당돌한 고군분투와 귀여운 고양이의 '해프닝'으로 수렴시킨다. MV 세트 안에서 완벽에 가까운 군무를 보여주는 하츠투하츠와 광활한 자연 속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키키의 대비가 5세대 그룹들의 서사를 관전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또한 '하트'라는 시각적 메타포는 필연적으로 트와이스(TWICE)의 'LIKEY'를 소환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그룹이 이를 청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의 대비다. 트와이스가 멤버 각자의 선명하고 뚜렷한 보컬 컬러를 퍼즐처럼 조화롭게 맞추어 냈다면, 하츠투하츠는 결이 비슷한(Similar) 보컬 톤 안에서 밀도 높은 합을 만든다. 같은 주제를 두고 빚어내는 이 이색적인 질감의 차이는 K팝 씬의 세대교체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데뷔 1주년을 기념하며...
데뷔 1주년을 통과하며 하츠투하츠가 그려낸 우상향 그래프는 이제 단순한 지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가치를 증명해야 할 2026년의 첫 챕터를 열며, 이들은 'RUDE!'라는 완벽에 가까운 해답을 꺼내 들었다. 정해진 룰(Rule)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허상의 숫자(가짜 하트)에 요동치지 않겠다는 당돌한 선언은 무례할(Rude)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올해 하츠투하츠의 다음 궤적을 우리가 기꺼이 주목해야 할 가장 확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