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관한 사고

by 유현


내 머릿속에 혼란이 많을 때 글을 많이 썼다. 그럴 때 쓰는 글에는 많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들어갔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꼭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쓰기와 부정적 감정이 연합되어 버린 것이다. 왜곡된 인지가 형성된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없을 때에도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평온한 상태일 때도 글을 쓰고 싶으면 '내가 최근에 어떤 부정적 사건을 겪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었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글을 와다다 써 본 적이 있었던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그저 그럴 때 많이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어떨 때 글을 썼더라?


나는 글을 왜 쓰는가? 감정을 정리하고 해소시키기 위해서. 감정에는 긍정적인 것도 포함되지 않나? 그런데 왜 기분이 좋을 때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까?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예전보다 글을 쓰는 횟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다. 깊은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이 얼마나 깊은지는 마음의 얼마나 깊은 구석으로부터 나왔느냐에 따른다. 깊은 마음에서 나오면 깊은 글. 그렇다면 깊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해서 나오는 생각.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면 깊은 글은 마음의 고통이 없으면 써지지 않는 것인가? 아무것도 모르겠다.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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