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터 개발까지 A-Z 부딪치며 깨달은 것들 by 양소연
처음 지원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아무것도 완성된게 없었다.
얼떨결에 친구에게 한다고 말해놓고서는 정작 리허설 직전까지 마치 예정된 망신이 다가오는 것 마냥 덜덜 떨었다. 내 노력의 시간을 남들에게 보여줬을 때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이 몹시 두려웠던 것 같다. 멘토 솔라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퇴사하고 자아 찾기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너무 지겨울 것 같아요... 사이드 프로젝트 잘 키우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요.. 제 얘기를 누가 들으려고 할까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과한 걱정임을 알고 있었고(그 부분을 멘토님도 정확히 짚어 주셨고ㅋㅋ),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발표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결국 멘토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잘 해냈다.
이번 발표에서 내가 얻은건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로, 발표할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내 지난 몇개월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자기PR로서 여러 형태로 같은 이야기를 이미 많이 해온 터라 내 이야기에 내가 지겨워진 상태였다. 그래서 하던대로 그대로 하는 발표는 나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발표는 청중과의 소통이라는 제이슨님의 조언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건 청중과의 긴 대화다.. PT가 아니다....'
그래서 뭔가 거창한걸 쥐어 짜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볼지는 청중에게 던지는 방향으로 발표의 방향을 새로 정의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기존에 보여주고 싶은 것과 가리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회고해볼 수 있었다.
두번째로, 평가받는 발표가 아니라 공유하는 발표를 처음 경험했다.
올해 나는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삶 대신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다. 개인으로서는 나름 인생의 큰 분기점이었다. 나의 지금에 대해 설명하려면 이 선택에 대해 설명해야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불편하다. 나도 한때 그랬으니까. 특히 뭔가 미심쩍은 경험 팔이 피플, 또는 뜬구름 잡는 소리, 이런 냉소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청중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이 시간이 마치 이들이 내뿜는 안광 에너지 테라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껏 극 내향인, 대문자 I로 살아오면서 나를 보는 시선들이 부담이 아니라 힘이 되었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냉소는 내 마음속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큰 교훈을 얻고 국밥 백그릇을 먹은 듯 따숩고 든든한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유스콘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쪽팔릴 용기가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탭분들의 태도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발표자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이 행사를 완성한 분들이라고 할까.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이만큼 들여 남을 돕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이제 너무나 잘 알기에 이 행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2026년 행사에는 스탭으로 참여해볼까 생각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