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작가의 신간 <삶의 발명>을 읽고
정혜윤 작가의 신간을 읽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극 추천한다. 읽다 보면 가슴이 뛰는 책들이 있다. 너무 멋있어, 나도 이러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게 만드는 사람들. 나에게는 은유 작가와 정혜윤 작가가 그렇다.
그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보통의 사람들 혹은 묻힐 뻔했지만 사회에 꼭 알렸으면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발견해 진심을 다해 경청하고 정성 어린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빗어낸다.
이 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태평양전쟁 당시 포로감시원'의 이야기였다. 전쟁 포로를 감시하는 역할로 일본 정부를 위해 일한 조선인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무지함과 안일한 선택으로 인해 포로를 학대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고, 일본 정부를 대신하여 국제적인 전범이 되어 처형을 받는다.
작가는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한다. 무지함으로 인한 선택으로 치른 대가가 매우 혹독했음을, 수감 생활 이후에도 자신의 아픔과 억울함과 치부를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평생 숨기며 살아야 하는 고통을, 말단에게 죄를 뒤 짚어 씌우고도 이를 지시한 일본 정부는 정작 나 몰라라 하며 책임지지 않는 이 억울한 행태를 비춘다.
책이 나오기까지의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당사자를 만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갔고, 단서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포로감시원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하마터면 잊힐 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꺼내 올리려 했다.
결코 잊혀지지 않게 만들겠다는 작가의 진정성과 이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엿보인다. 놀랍다.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일터인데, 무엇이 그녀를 끝까지 글로 담아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가. 존경이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