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의견을 반영하여 정책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
나는 노원구 아동·청소년 참여기구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최근 올해 활동이 끝나면서 한 아이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노원 아동·청소년 의회는 아동청소년의 유일한 우체통이에요”라고 답했다.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어른들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자신들은 그저 가르침을 받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성인과 비슷한 입장에서 의견을 내고, 어른들이 그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으며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신선하고 의미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을 비롯해, 중장년 대상으로 시민 참여 정책 제안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성인도 큰 효능감을 느낀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워크숍에서, 행정 공무원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문제를 묻고, 그들의 정책 아이디어에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음을 실질적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과정은 시민 참여의 가치를 실감하게 한다.
시민 의견의 역할과 정책 형성 전문가의 책임
시민이 제시하는 의견은 정책 아이디어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일 필요가 없다. 시민들은 자신의 가장 절실한 욕구나 불편함을 표현함으로써 정책 형성의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 정책 제안 워크숍에서 많은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노원 아동청소년 의회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아이들의 경험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시민들에게 정책 제안의 통로가 제공되고, 그 의견이 존중받는다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의 의견이 정책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책 형성 전문가와 입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시민의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정책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시민이 제시한 문제를 심화적으로 분석하고, 그 문제의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 시민의 의견만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이다. 전문가와 입법부는 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도출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직장 상사가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시장에 내놓을 만한 현실 가능성 있으면서도 신선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라고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시민에게 지나치게 완성된 정책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시민은 정책 전문가가 아니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절실한 요구들이다. 이러한 요구를 수집하고, 이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의 역할이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에서 어떤 문제가 존재하며,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솔직하게 듣는 것이다. 정책 아이디어를 시민에게서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와 문제를 진지하게 수용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시민 참여가 제도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전문가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현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국, 정책 형성 과정에서 시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입법부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 참여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