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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Oct 05. 2024

의도적인 여백도 필요해

들뢰즈 철학 스터디를 통해 얻은 깨달음  


※ 본 글은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철학아카데미, 동녘 출판) 독서 스터디를 하며 얻은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현대철학과 퍼실리테이션: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들뢰즈 편을 읽고


최근에 진행한 철학 스터디에서 들뢰즈의 사상을 다루며, 그가 제시하는 개념들이 퍼실리테이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스터디를 통해 얻은 여러 키워드들은 나의 교육 설계와 진행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특히 '여백'과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개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여백의 필요성


현대 사회는 치밀한 계획과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내가 설계하고 진행하는 교육에서도 사전 기획은 물론, 뚜렷한 목적과 목표, 그리고 촘촘한 프로세스가 항상 동반된다. 그러나 이렇게 정밀하게 짜인 계획 속에서 여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반응과 상호작용은 종종 기획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하였는가? 의도하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 놓치고 있지 않았는가? 사후 평가 시 목적과 목표를 달성했는가 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고찰 역시 필요하다. 


여백이 없는 환경은 오히려 참여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 나의 일상만 봐도 그러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보다, 잠시 동료들과 업무와의 무관한 수다를 떨 때 기대하지 않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고, 아무런 일정과 계획 없이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도 하다. 


때론 의도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여백을 둘 필요가 있다. 휴식은 재충전을 넘어 새로운 창조를 낳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무의 상태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현상들은 통제된 환경 속에서는 쉽게 사라진다.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


다양성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른 차이와 갈등은 때로는 불편함을 초래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다양성은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차이를 억압하기보다는 반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에서도 참여자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개체와 재배치를 통한 영역 확장

들뢰즈의 사상에서 인식의 재배치와 환경의 재배치는 특히 눈여겨볼 만한 요소이다. 교육 현장에서 공간, 시간, 관계를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참여자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같은 수의 사람들이 10평과 100평의 공간에 있을 때, 그들의 상상력과 활동 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발언 순서와 활동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의견들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개체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와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퍼실리테이션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자와의 만남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들뢰즈의 철학이 퍼실리테이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여백의 필요성과 의도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존중,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새로운 개체와의 만남을 통한 사고의 확장에 대한 부분을 교육 설계 시 적용하면 좋겠다.  


앞으로 교육 설계 시 생각해 볼 질문 

- 사전 설계 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나온 예외적 또는 생생한 반응이 있었는가? 

- 동일한 요소, 조건 속에서도 공간, 시간, 인식, 관계 등을 재배치하여 참여자가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철학 스터디 일시 : 24.09.30 

참고 도서 :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들뢰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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