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획부터 함께하는 힘
많은 이들이 팀 프로젝트라 하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고, 자신이 맡은 부분만 완수하는 형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협업일까요? 역할만 나누고 개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분업에 불과하며, 진정한 팀플레이라고 하기엔 부족합니다.
팀플레이란 각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아이디어와 능력을 나누고, 서로의 에너지를 더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팀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A 아동참여기구 활동 결과 발표회가 있었는데요, 저는 가능한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초기 기획부터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발표를 이렇게 하자며 초안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발표를 왜 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매시지를 전달하면 좋을 지 같이 고민하며 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듣는 관계자들이 어떤 내용을 기대할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질지 상상하며 발표 구성을 같이 만들어갑니다.
단순히 발표자가 정해진 대본을 읽는 방식이 아닌, 참여자들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그리고 발표의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함께 만들었던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표 내용을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느꼈습니다.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모두가 화이트보드에 자신만의 의견을 붙이며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은 단순한 분업이 아닌 진정한 협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기여한 아이디어에 더 깊은 애정을 느꼈고, 발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점점 주인의식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러한 방식은 팀 프로젝트에서 흔히 문제로 지적되는 ‘무임승차’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해 줍니다. 전통적인 팀플에서 일부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나 초기 기획부터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발표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그 의견이 실제 발표에 반영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낸 의견에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이 의견이 발표 내용에 반영된 경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발표에 대한 더 큰 애정과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단순히 역할을 나눠 맡는 것과는 다른, 모두가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는 협업이었죠.
이런 방식은 팀원 개개인이 발표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 아이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며 전체 발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발표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발표 자료를 만들고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누구 하나 뒤로 빼는 이 없이 “내가 이거 할게”라며 적극적으로 역할을 나눠가지고 최종 발표까지 밤잠을 줄여가며 작업하는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초기 기획부터 함께하는 협업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아이들은 발표의 주체로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관점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더 풍부하고 창의적인 발표가 탄생합니다. 이는 한두 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쉽게 얻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기획하다 보면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면서 방향을 잡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A 아동참여기구의 발표 준비 과정에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수적입니다. 목표가 분명하면 의견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 방법을 적용해 투표나 우선순위를 매기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철저한 시간 관리 역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높은 수준의 협업은 초기 기획부터 함께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참여하고 존중받으며, 각자의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경험은 팀원들의 동기부여와 몰입을 높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발표를 넘어, 팀워크와 협업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합니다. 무임승차 없는 진정한 협업을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구성원을 믿고 함께 초기 기획부터 논의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