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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전자레인지 덕분에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

6주프로젝트15분글쓰기38음식

by 라이팅코치 정희도

어제 오후 5시 무렵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니? 집이야? 저기.. 뭐냐 그.. 전자레인지를 좀 사 와야겠다.

눈 찜질을 해야 하는데 집에 렌즈가 고장이 났네. 얼른 해야 하는데 말이야"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스러웠다.

이제 막 집에 돌아왔고 저녁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빠듯했다.


어머니는 최근 눈 부위 치료를 받으셨다.

당분간 재활이 필요했고 눈에 찜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었다.


쿠팡에 주문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맞다! 최근 쿠팡 사태로 어머니는 쿠팡을 탈퇴하셨다.


어머니는 불안과 염려를 많이 하는 편이셨다.

코로나 시기 집에 가면 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내가 워낙 밖으로 싸돌아다녀서 날 믿을 수 없다고 하셨다.

밥 먹을 때도 묵언으로 밥을 다 먹고는 마스크를 쓰고 대화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놀랬다.


어머니와 서유럽 여행을 가기 전 아버지가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결국 아버지는 컴퓨터 방에서 주무셔야 했다.


어머니는 가족 중 건강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고 정보도 해박한 편이시다.

웬만한 건강 채널은 줄줄이 꿰고 계셨다.

누나와 나는 그렇게 염려하시다 더 아프신 거 아니냐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건강 박사였던 어머니도 연세가 드시며 점점 드시는 약이 늘어갔다. 평생 앓아야 하는 질환도 겪고 계신다.

더 악화되지 않기 위해 이 추운 날씨에도 맨발걷기를 변함없이 하고 계신다.


약간 막무가내처럼 느껴지는 요청에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려다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집에 갈 때마다 작아져 있었다.

어릴 땐 억척같은 천하장이셨는데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지셨을까. 마음이 아팠다.


그래! 저녁 일정 좀 틀어지면 어떠냐! 어머니 일보다 중요한 것이 아닌데!

내가 쓰는 전자레인지를 챙겨 집을 나섰다. 퇴근길 러시아워를 무사히 뚫었다.

본가에 도착해 설치해 보니 잘 작동돼서 다행이었다.


"너는 전자레인지 써야 안 되나?"

"아 저는 안 써요! 어머니 쓰세요! 제가 주중에 새걸로 사서 드릴게요."


사실 전자렌즈 자주 쓴다.. 밥 데울 때마다 쓰는데 어머니가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끼니 때마다 밥해 먹으면 되니까!


온 김에 저녁 먹고 가라고 따뜻한 떡국을 내어 주셨다. 맛있었다.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다.


온 김에 김치도 가져가라고 바리바리 짐을 싸주신다.

마침 김치가 똑떨어졌는데 반가운 마음을 살짝 숨겼다.


"아유 뭘 이런 걸 다 가져가요! 다음에 가져가면 되는데.."

쪼그리고 반찬을 챙겨주는 어머니가 더 작아 보였다. 마음이 짠했다.


고장난 전자렌지 덕분에 다음 주도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어머니 김치를 먹고 싶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떡국.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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