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 중 한 명이었기에 오히려 이런 감정이 신기하다. 나이가 든 탓일까? 나도 어른이 되고 있는 건가?
그러면서 여러 가지 물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무엇이 어른을 만드는가? 어떻게 어른이 될 수 있는 거지? 그럼 어른은 무엇일까? 어른의 정의부터 내리기 어려워 사전을 찾아보았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그럼 난 당당히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난 어릴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사고, 세계 일주 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리지만 자유를 원했고 더욱 자유로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난 어른이라 불릴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사실상 내가 나를 어른이라고 말해도 되는지조차 헷갈리는 데다, 계속해서 세상이 나의 어깨에 얹어주는 짐을 지는 것조차 힘들다. 때론 벅차서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게 어른이 들어야 하는 무게였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짐을 이미 우리의 부모님 같은 전 세대 사람들도 온전히 짊어져야 했다. 이 인생의 굴레는 끊어지지 않고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며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변함없이 적용되었고, 나의 어린 시절도 시냇물처럼 졸졸졸 흘러 결국 큰 바다에 도착해 어른의 짐을 건네받고 있다. 사회라는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어 여기저기 치어 넘어져야 했고 그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고 사는 나는 앞가림하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의 수술을 급히 해야 한다는 누나의 연락을 받았다. 만난 담당 의사는 서둘러 양어깨를 수술하지 않으면 엄마는 앞으로 숟가락도 들기 어려울 거라며 겁을 주었다. 누나와 상의 후 부랴부랴 왼쪽 어깨부터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 날이 다가왔고 복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다 3시간 후에 만난 어머니는 마취 때문에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얼마 후 연락 온 아버지에게 수술은 잘 됐는데 어머니가 아주 힘들어한다고 하자 수십 초간 정적이 흘렀다. 따뜻한 봄에도 덜덜 떠는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으며 어머니의 이불을 다시 목 쪽으로 올려드리곤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한 어른으로서 생각을 해본 것이었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든 어머니를 보며 인생을 되돌아본다.
우리가 어른이 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내가 어른이 되며 알아가는 것들
그리고 내가 왜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