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츠마부시, 미소카츠, 오구라토스트
나고야의 식문화를 "나고야메시"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것도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보통 설명을 보면 "독특한" 혹은 "B급 느낌"이 전반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나고야에 머무르는 3박4일 동안 경험한 나고야 음식은 3개다. 미소카츠, 오구라토스트, 히츠마부시. 각각 말 그대로 된장카츠, 팥을 올린 토스트, 장어덮밥. 된장카츠는 상상도 해 본적 없는 음식, 오구라 토스트는 먹진 않았지만 상상은 가는 음식, 장어덮밥은 익숙함에 가까운 음식.
그 외에 테바사키(닭날개튀김), 타이완라멘(매콤한대만풍라멘) 등이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크게 끌리지 않기도 하고 다른 음식들을 먹느라 굳이 이번에 먹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번에 먹은 것 3종이 보통 여행 가서 많이 먹고, 그만큼 잘 알려진 음식들이라고 생각. 했던 식사에 평점을 잘 매기지는 않는데, 이번 나고야메시 음식 3종은 별점을 매겨보기로 했다. 총점은 5점, 0.5점 단위.
1. 미소카츠
된장소스를 끼얹은 돈가스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된장하고는 맛이 다르긴 하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히 우리가 한국에서 쓰는 된장이나 일본에서 주로 쓰는 미소와도 살짝 다른데, '아카미소'를 쓴다는 것. '빨간된장'이라는 말처럼 실제로 붉은 색을 띤 소스다. 맛을 표현하자면... '된장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고, 깊이 맛을 살피다보면 콩의 구수함이 느껴지는 정도.
유명한 건 '야바톤'이라는 가게. 나고야 안에만 매장이 20개 가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접근성은 나쁘지 않은 편. 원래는 본점을 가려고 했는데, 마침 비가 많이 와서 사카에에 있는 쇼핑몰의 야바톤 지점을 찾았다. 본점이나 다른 유명한 지점에는 한국어 메뉴도 있는 듯 한데, 내가 찾은 곳은 딱히 한국인 메뉴판이 있지는 않았다.
메뉴는 대표적인 것들로 안심/등심을 각각 시켰다. 사진에 보이는 건 등심. 흔하게 볼 수 있는 돈가스의 조합인데, 카츠/미소국/쌀밥/츠케모노/양배추로 구성. 돈카츠 사진에서 보이는 조금 묽은 소스가 그 된장 소스. 먹었을 때는 일반적인 돈가스 소스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씹는 와중에 콩의 구수함이 조금 올라오는 정도라 크게 거부감을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스를 제외하고도 괜찮게 만든 돈카츠이기 때문에, 꽤 괜찮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 음식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후기가 '생각보다 괜찮다'였는데, 그 표현이 미소카츠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생각보다 괜찮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있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즉 맛이 없지도 않고 괜찮은 음식이지만, 와, 이 음식 너무 맛있다!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그러니까, '원래 돈가스 소스'를 뿌려서 먹는 것보다 낫냐고하면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쉽지 않다. '나고야메시'의 느낌이 바로 미소카츠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만 정말 '이런 음식도 있군'하며 체험하기에는,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이랄까. 가격대는 보통 일본 돈카츠 집하고 비슷했던 기억인데, 1천엔~2천엔 사이였던 기억.
https://goo.gl/maps/xH1w1ZXXVUWPcb4q8
★★★(3/5) : 한 번 쯤 먹어보면 좋은 정도
2. 오구라토스트
오구라토스트는 '단팥토스트'라고 표현하면 적합하다. '오구라앙'이라고 이 단팥을 부른다는데, 통단팥과 으깬 단팥을 섞는다는 듯(그래서인지 아이치현에 위치한 지브리 파크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단팥 토스트다. 통단팥/으깬단팥을 나누어서 구매할 수 있음). 그 '오구라앙'이라는 표현에서 출발해 '오구라토스트'라는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음식은 아침식사로 유명한데, 나고야의 많은 카페들이 아침식사 메뉴로 오구라토스트 세트를 팔고 있기 때문. 물론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건 아무래도 '코메다 커피'. 나고야에서 시작한 카페라고 하는데 현재는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코메다 커피는 '킷사텐'이라고 부르는 일본식 다방(카페)의 형태.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킷사텐은 '커피 장인들이 직접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파는 곳', '샌드위치나 나폴리탄 파스타 등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흡연이 가능한 곳' 요런 세 가지 느낌 정도인데, 카페마다 어디에 특화를 하고 있는지는 각각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커피 씬에서 유명한 킷사텐들은 음식들을 팔기보다는 정말 커피 그 자체만 다루는 경우가 많고, 코메다 커피의 경우엔 온갖 음식과 음료, 디저트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여튼 코메다 커피는 가쿠오잔 상점가에 들렀을 때 갔는데, 그곳에선 오구라 토스트를 먹지 않았다. 대신 숙소 인근에 나름 오구라 토스트 세트로 유명한 집이 있어서 그 집으로 갔다. 'Kato Coffee'인데, 히사야오도리 역 주변. 아침에 갔을 때 한 10분 정도 웨이팅을 섰다. 가게 내부가 좁아서 어쩔 수 없는 듯.
https://goo.gl/maps/qDZM75yftJXknWxa8
모닝 메뉴가 여러개 있는데, 오구라 토스트 / 샌드위치 따위다. 보통 커피와 달걀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관계로 우유로 주문했고, 일행은 커피를 주문했다. 역시 커피는 드립으로 나오는데, 그 맛이 괜찮았다고 했다. 계란은 삶은 계란인데, 노란 계란이 주로 나오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하얀 달걀을 주로 쓰다 보니 역시 하얀 달걀. 처음 보았을 땐 '삶은 달걀이겠지...' 생각하면서도 괜스레 '날달걀인가' 싶어 조심스러웠다.
오구라토스트는 엄밀하게 따지면 처음 먹는 조합(인 것 같다)인데, 맛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수준이다. 잘 구운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적당히 달콤한 팥을 함께 먹는 그 맛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앙버터'를 많이 먹다 보니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즐기는 앙버터 빵은 식빵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조금 더 단단한 계열의 빵을 쓰기 때문에 그 빵의 질감과 맛 차이 정도라고 하겠다. 즉, 쉬운 맛이고 그만큼 꽤 맛있는 맛이다. 거기에 같이 잘 삶은 계란을 먹으면 아침 식사로서 잘 어울린다. 특히 우리가 일본여행에서 기대하는 '아침 식사'에 가까운 형태라 더 만족스러운 경험.
내가 들렀던 가게 '카토 커피'에 대해서 더 덧붙이자면, 숙소가 인근에 있다면 방문을 권장할 정도. 관광객도 있지만 현지인들도 꽤 있는데, 그만큼 '일본의 아침 카페 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커피에 굉장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는데, 카페에서 준비하는 블렌딩 원두에 대한 설명이나 바리스타들의 설명 등의 책자의 내용이 꽤 충실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킷사텐' 문화와도 잘 어울리고, 그만큼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위치도 미라이 전력 타워가 인근인 히사야오도리 역이다보니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오구라 토스트가 나오는 나고야 세트 / B세트 / C세트 등이 있는데 가격은 600엔 전후였던 것 같다. 가격적으로도 흡족한 곳.
★★★★(4/5) : 추천하는 곳
3. 히츠마부시
히츠마부시, 즉 장어덮밥은 사실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일본에서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장어에 대해 그렇게 끌리는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장어를 먹을 일이 잦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고야에선 히츠마부시가 유명한 편이라고 하니 이번에 체험을 했다. 나고야에서 가장 유명한 장어덮밥 집은 '호라이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1타로 알려진 곳이라는 느낌이랄까. 특히 130년이 넘는 역사라는 점이나 최근에 JTBC의 방송 '톡파원25시'에서도 호라이켄 본점이 소개되었더라. 비슷하게 '마루야'라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곳보다는 호라이켄이 더 노출이 잦은 것 같았다.
다만 이번 방문 땐 그 두 곳 다 가지 않았는데, 호라이켄 본점은 아츠타 신궁 주변에 있는 것으로 체크를 했다. 근데 이번엔 그 신궁 주변 자체에 가지 않았기도 하고, 다른 분점이 사카에 인근에 있었지만 그 사실을 나중에 알기도 해서 가지 않았다. 대신 나고야 성에 갔을 때 그 인근에 있는 집을 방문했는데, '우나기키야'라는 곳이다. 나고야 시청 뒷골목에 있는 집인데, 관광객은 우리 뿐이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좀 알려져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 호라이켄이나 마루야처럼 많지는 않은 것 같다.
https://goo.gl/maps/77bNesDViCwTjfDd7
나고야의 장어덮밥집은 보통 비슷한 구성으로 나오는데, 먹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장어덮밥을 일단 십자 형태로 나누어 1/4한다.
2. 처음 1/4는 밥과 장어만 먹는다.
3. 다음 1/4는 김가루, 쪽파, 와사비 등과 함께 섞어 먹는다.
4. 다음 1/4는 녹차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먹는다.
5. 마지막 1/4는 앞서 먹었던 방식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법으로 먹는다.
개인적인 후기를 따지자면, 오차즈케 방식이 가장 별로였다. 후기를 보면 오차즈케 방식이 최고였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아쉬웠다. 일단 장어+밥과 '액체'가 섞이는 형태가 별로 어울리지 않았고, 비주얼이 약간 맛없게(...) 보여진다는 점이나 그렇게 적셔 먹는 방식이 장어의 식감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맘에 드는 방식은 그냥 밥과 장어만 먹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마지막엔 그냥 그렇게 먹었다.
맛을 놓고 보자면 당연히 맛은 있었다. 히츠마부시 자체가 비싼 음식이기도 하고(보통 3천엔 부터 시작하여 3천엔~4천엔 수준), 기름기 가득한 장어+간장 소스와 밥은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랄까. 특히 이런 히츠마부시 가게들은 장어 굽기에 정말 진심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익혀진 장어와 소스의 조합은 맛있다라고 직관적으로 느끼기 쉽다. 다만 내가 장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 기름지다'는 건데, 어쩔 수 없이 먹으면서 '물린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특히 한국인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느끼함/달달함 등을 잡아줄 만한 게 필요했다. 물론 와사비/국/츠케모노 따위로 잡는 거고 오차즈케로 만들면서 더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겠지만, 한국처럼 더 강렬한 무언가로 느끼함을 해소하는 포인트가 있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
물론 설명은 길었지만, 사실 히츠마부시는 맛있는 음식이다. 다만 가격대가 가격대인 만큼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기도 하고,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 정도. 호라이켄과 마루야를 가보진 못했지만 우나기키야의 히츠마부시도 '나고야메시'로서 히츠마부시를 체험하기엔 적당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굳이 고르자면, 호라이켄이나 마루야를 권장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그쪽이 서비스나 설명 등이 더 한국인에게 유리한 것 같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더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유명하다 보니 후기를 보면 그런 시스템이 더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특히 히츠마부시 경험 자체가 생소한 한국 관광객들에겐 한글 혹은 영어 메뉴판, 먹는 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지점이 더 좋다는 생각.
가격은 기본적으로 정식이냐 아니냐(아닐 경우 그냥 장어덮밥), 사이즈가 무엇이냐(보통~특)에 따라 나뉘는데, 나는 정식 보통을 먹었고 3천4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그냥 덮밥은 2천엔 대 였던 것 같다. 다만 어디를 가나 3천엔~4천엔 수준이다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이 편한 듯.
★★★☆(3.5) / 5 : 꽤 맛있고 즐거운 체험이지만 그 정도.
나고야에서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걸 고르라면 흔히 말하는 '나고야메시' 음식은 아니고, 야끼니꾸와 야키토리였다(그리고 그 두개는 2주간 있었던 일본 여행 전체 TOP3기도 하다). 나고야메시 음식은 충분히 맛있고 신기하지만,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무언가 독특한 느낌이 있어 '최상의 미식 경험'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일단 그 스토리 자체가 재밌고, 다른 곳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들이 많은 만큼 여행하는 재미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고야 여행이 다른 일본 대도시에 비해 '노잼' 혹은 '콘텐츠가 없다'는 이미지가 강한데(이번에 방문해보니 일면 그렇기도 하다), '나고야메시가 유명하다~'라며 이것저것 음식을 찾아보는 경험은 나고야 여행의 색다른 포인트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