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
*2023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도쿄 여행에서 꼭 방문하게 되는 곳이 있다면, 그 중에 '시부야Sibuya'는 꼭 꼽히게 된다. 가장 많을 때는 한 번에 천 명에 달하는 사람이 건너게 된다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도쿄 타워와 함께 '도쿄'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이다. 게다가 도쿄의 여러 전망대 중에 가장 '핫플'로 꼽히게 된 시부야 스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는 디테일과 야외 전망대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나 역시 비슷한 사유로 시부야를 방문했고,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기본적으로 '미야시타 파크'에 있는 호텔이다. 과거에 지어진 이후 슬럼화되었던 고가공원을 도쿄올림픽을 맞아 다시 만들어 낸 결과가 미야시타 파크고, 이곳은 주로 국내에서 '시부야 요코초'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미야시타 파크 1층에 위치). 다양한 음식점/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리인데, 일본의 각 지방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 매장들이 밤이 되면 불을 밝힌다. 우리가 일본의 이자카야 거리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모습과 굉장히 높은 일치도를 보이고 있다.
미야시타 파크는 거기에만 끝나지는 않는데,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길다란 공원이다. 여기엔 시부야 요코초 외에도 다양한 '젊은 감각의 매장'들이 입점해 있고, 마지막 4층은 다양한 선으로 꾸며낸 녹지의 길이 있다. 엄청나게 식물이 많지는 않지만, 반원형으로 둘러싼 철제 장식에 덩굴식물들이 장식하면서 도시 속 녹색의 풍경을 충분히 갖췄다는 이미지를 준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유의미했던 것 중 하나는 '공원의 역할' 중 중요하다고 보는 포인트인 '사람이 쉰다'라는 측면이었다. 시부야 같은 공간은 길거리에서 편하게 쉴만한 의자, 잠시 대화를 나누며 음료수를 마실만한 공간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강남 길거리에서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과 비슷하달까.
호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통 어떻게든 이 공원을 통과하게 되는데(시부야 역에서 출발한다면), 그 때 밤에 이 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상점가, 대로변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사람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은 시부야라는 도심을 조금 더 숨통트이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시타 파크는 그런면에서 공원의 본질 중 하나인 '휴식'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다.
미야시타 파크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는 결국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을 말하기 위해선 미야시타 파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공원의 끝에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이 있다. 즉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은 미야시타 파크와 세트로(?) 묶여서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퀀스미야시타 파크 호텔에서는 1박을 했는데, 호텔 내에 많은 시간을 머무르진 못했다. 다만 이른 낮에 짐을 맡기기 위해 들르고, 밤에 정식 체크인을 하기 위해 다시 들르고,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떠났던 경험을 5가지 디테일로 정리해봤다.
1.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는 호텔
호텔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호텔의 입구는 주로 '남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도심 속을 걷다 문만 열면 들어가게 되는 호텔도 많지만, 호텔 로비의 정문을 열기까지의 길조차도 '호텔스러운' 곳들도 많다. 일단 차들이 빙글빙글 돌도록 한 원형 입구와 그 앞을 지키는 도어맨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도심 속 바로 입구가 있더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호텔은 '다른 분위기'를 강조한다. 비일상, 고급이 대표적이고 최근 들어 모던함이나 호텔 컨셉에 따른 분위기를 취한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 호텔은 조금 다르다. 일단 미야시타 파크 4층을 통해 들어가게 된다면, 그 입구는 먼저 '카페'다. 카페는 미야시타 파크처럼 길게 이루어져 있고, 카페의 카운터와 다양한 형태의 좌석(대화 나누기 좋은 좌석,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 좋은 테이블 석)들을 지나고나면 그제서야 로비가 나온다. 로비는 호텔 로비라고 하기엔 작고, 화려하지 않다. 직원 두 명이 겨우 서있을 수 있는 리셉션이 있고, 직접 셀프 체크인을 하는 기계들이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체크인은 이 기계를 통해 하게 되고, 이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하는 구조다.
로비가 1층이 아니라 4층이라는 점은, 미야시타 파크 반대편 출구로 들어올 것이 아니라면(4층으로 바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시부야 역에서 호텔로 올 경우 필수적으로 미야시타 파크를 거칠 수밖에 없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미야시타 파크는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입구를 통해 들어올 수 있고, 그 층을 오가는 것도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가 곳곳에 있어서 자유롭게 동선을 짤 수 있다. 어쨌거나 호텔에 가기 위해서는 1층부터 4층까지의 미야시타 파크를 '지나서' 와야 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지나서' 와야 한다.
이는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바깥 공간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결로 이어진다. 미야시타 파크에서 도심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나고, 카페의 일상도 지나고 나면 호텔이 된다. 즉 '공원'을 즐기는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내부도 실제로 권위적이고 화려하기보다는 모던하고 친근하게 구성되어 있다. 즉 '공원이라는 편함'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호텔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호텔의 장점은 '단절'에서 오는 것이 많기도 하지만,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그 단절 대신 공원과의 연결을 포인트로 삼은 부분이 '재미있다'라고 느꼈다.
2. 객실 창 밖으로 무엇을 보여줘야할까?
호텔에 있어서 '뷰'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호텔을 예약할 때 고르게 되는 주요 선택지 중 하나가 '00뷰'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뷰가 중요하기에 호텔은 위치를 중요시하고, 많은 호텔들이 바다 앞에 지어져 있거나 높게 지어져 있거나 하며 '창 밖의 풍경'을 강조한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가 선택한 건 '파크뷰'다. 보통의 호텔들은 침대가 벽의 TV를 바라보고 있고, 침대 옆으로 창밖이 펼쳐져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 미야시타 파크처럼 길다란 방에서 침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TV는 옆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형태의 호텔들은 여럿 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호텔이 그렇고(일출을 바라보기에 적합하다), 시청에 있는 더플라자 호텔이 그렇고(시청 광장을 보기에 적합하다), 제주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플레이스 캠프가 그렇다(성산일출봉을 보기에 적합하다. 이곳은 심지어 TV도 없다). 이런 식으로 배치를 했다는 것은 의도가 뚜렷하다. '창 밖을 보세요!'라는 의미다. 창 밖 풍경은 예상한 대로, 미야시타 파크다. 옆 벽에 붙어있는 TV는 다행스럽게도(?) 위치를 침대 쪽으로 조정할 수 있게 세팅되어 있다.
창가에는 쿠션이 있는데, 이 쿠션이 말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여기에 기대서 창밖을 보세요!'라는 의미다. 실제로 객실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태블릿 등은 모두 자리에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쿠션을 벽에다 두고 등을 기댄채 다리를 펴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포인트가 있는데, 창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Hi, TOKYO!'라는 문구다. 이 문구 하나로 창 밖 풍경이 힙해진 느낌이다. 도쿄의 풍경을 상징하는 시부야를 바라볼 수 있는 호텔의 위치라는 점에서도 재미있는 장치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창밖에 미야시타 파크가 있다는 점은 창 밖 풍경을 보기에 여러 즐거움을 주는데, 첫번째로는 '시야를 가로막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시내에 있는 호텔은 초고층 호텔이 아닌이상, 어쩔 수 없이 건너편 건물에 시야가 막히게 된다. 그 높낮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넓게 펼쳐진 뷰'를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가능하다. 긴 거리를 미야시타 파크가 채우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시부야 중심까지의 공간이 확보되고, 훨씬 시원한 뷰를 가지게 됐다.
두번째는,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물론 미야시타 파크가 '거대한 공원'이냐고 하면 당연히 그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공원을 각자의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도로를 지나는 차를 보는 것도 어느정도 멍하니 지켜볼 수 있겠지만, '이야깃거리'가 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지켜보며 '저건 뭘까?' 혹은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걸까?'라고 궁금해지려면 그 대상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기만 하는 도로와는 다르게 공원은 좀 더 복잡한 풍경과 사람이 자리하고, 지켜보는 '맛'이 난다.
실제로 체크아웃하는 아침엔 공원에서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행사 준비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는 '연결'과도 이어지는데, 바로 공원 특성상 공간의 활용, 즉 다채로운 변화가 가능하고 그것과도 호텔에서 연결되는 느낌을 '뷰'를 통해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3. 레이트 체크인/체크아웃. 우리 고객은 누구일까.
호텔을 이용하다보면 어려운 것이 있는데, '생각보다 체크아웃이 빠르다'는 점이다. 호텔의 체크아웃은 보통 11시~12시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충분히 늦잠잘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부족함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론 '부랴부랴' 체크아웃을 하게 되는 일이 잦다. 일단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상황에서 이용하는 비즈니스 호텔이 아닌 이상 다음 날은 보통 쉬는 날이고, 그만큼 전 날 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 여행일 수도 있고, '호캉스'를 위해 호텔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아침에 조식도 먹어야 하고, 보다 조용하게 수영을 즐기거나 헬스장을 이용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늘어지게 잘 수만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보통 '레이트 체크아웃'은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다음 날도 빈 방이 없다면 돈을 내더라도 불가한 경우도 있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체크인이 17시, 체크아웃이 14시다. 누구나 여유롭게 늦게 체크아웃할 수 있다. 조식도 9시에 마감되지 않고 주문이 11시에 마감되고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느지막이 '브런치'로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 역시 전 날 늦게 숙소에 들어와서 늦게 잠들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점심같은 조식을 먹고 나서 여유롭게 체크아웃을 했다.
이는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가 '호텔을 찾는 고객이 누구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의 격식과 고급스러움을 원하는 사람은 이 호텔의 고객이 아닐 것이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이용해야 하는 비즈니스맨도 아닐 것이다. 시부야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주 고객일 것이고, 대부분 연령대는 젊을 것이다. 그들은 시부야의 밤거리를 충분히 즐기고, 느지막이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설 수 있을 사람들이다. 또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바쁘게 여행을 하는 여행자라기보단 시부야의 분위기를 보다 잔뜩 느끼고자 하는 여행객들일 것이다. 가끔 추가요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레이트 체크아웃을 할 때도 있는 나로서는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만의 '남다른 규칙'이 반가웠다.
4. 힙한 브런치 카페의 조식
사실 호텔 조식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1)호텔 조식보다는 여행간 곳의 음식을 먹고 싶고 2)보통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고 3)그 시간에 잠을 자는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식이 특별한 숙소거나, 일정상 먹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면 애초에 조식을 신청하지는 않는다. 물론 호텔 조식만이 주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조식 PKG를 신청하거나, 조식이 포함된 숙소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보통 좋은 호텔들이 4만원~8만원 정도의 조식 가격을 내야하는 걸 감안하면 선뜻 '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늦게 잔 만큼 잠이나 더 자자 싶기도 하고.
미야시타 파크에선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조식은 호텔을 떠나는 경험의 완성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연박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일정상 조식을 먹고나면 방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하게 된다. 아예 일찍 먹고 돌아와 수면을 보충하거나 수영장과 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느낌은 그렇다. 즉 '내가 서비스 받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여기곤 한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의 조식은 개인적 기준에선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방문했던 23년 7월 기준 한국 돈 기준으로 2만원 초반대였다.
이는 호텔의 서비스까지 편안하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체험할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5만원 대의 고급 조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까지 헤비하게 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도 괜찮았다. 게다가 '단품' 메뉴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뷔페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품 메뉴의 구성이나 맛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뷔페 운영'이 어찌보면 더 간편할 수도 있는데(일반적인 호텔 운영을 따르자면), 가격을 낮추고 단품으로 제공하는 선택 자체가 이 호텔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고급스러운 호텔 조식 뷔페를 즐기기보다는 가볍게 즐기고 떠나는 느낌이랄까.
국내에선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핸드픽트 호텔'이 단품 조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도 명확한 컨셉과 이유를 가지고 한식 조식을 제공하는 만큼 단품 조식을 제공할 때에 호텔의 '의도'가 드러난다면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단품 메뉴를 고르면 해당 단품 메뉴가 한상 차림으로 차려지고, 간단한 채소류와 음료는 뷔페식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구조다.
음식은 '힙한 브런치 가게' 같은 느낌을 줬다. 구성이나 플레이팅도 그렇고, 샐러드의 구성도 그랬다. 호텔의 격식에 치중하기 보다는 젊은 감각을 섞은 느낌이 컸다. 샐러드 플레이트에 들어가는 구성도 브런치 카페에서 제공할만한 다양한 구성이 엿보였고, 그 맛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도, 또 후기에서도 '샐러드가 맛있다'고 할 정도로 신경쓴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여러모로 '젊은 감각의 조식'이라고 느꼈던 경험이었다. 또한 이른 아침에 조식을 먹으면 보통 비몽사몽 상태인데, 충분히 잠을 자고 먹게 되는 조식이라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는 느낌이 더 강하기도 했다.
5. 구석구석, 젊은 분위기를 낸다는 것
마지막은 사소한 디테일들이다. '젊은 분위기'라고 했지만 '젊다'라는 표현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기서 짚는 포인트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인지라, 꼭 장점이라고 얘기할 순 없겠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이곳이 다른 호텔들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은 모습이 있다면'이다. 사실 많은 포인트들을 위에서 다뤘기 때문에, 사소한 마무리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일본의 많은 호텔들은 작은 어메니티를 직접 로비에서 챙겨가도록 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도 구비해 놓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느꼈던 부분은, '색깔이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은 다양한 1회용 물건들의 특성상 다양한 색깔과 포장을 한 채로 놓여 있는데, 그 경험에서 크게 나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곳은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의 통일성을 충분히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3성급의 호텔들보다는 가격대가 있으므로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여기에도 신경을 썼네'가 느껴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방 내부 구조인데, 사실 여기서 보이는 차이들은 '방이 작아서' 생긴 모습들에 가깝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방이 작다. 일본 호텔들 특성이기도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좁은 방이네'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공간 활용을 최대한으로 하고자 했던 모습들이 엿보였는데, 침대 헤드에 콘센트와 조명을 놓아서 사용성을 높이면서도 헤드 부분 활용을 한 점이라거나 앞서 적었던 대로 TV를 이동시켜 공간을 확보하거나 하는 점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세면대가 밖에 나와있기도 했는데, 이는 극도로 좁은 화장실 탓에 밀려나온 것으로 보였다. 일본의 많은 호텔들이 샤워 공간과 변기 칸을 분리하는 것과 달리 한 공간에 놓았는데, 그 좁음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물론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에는 다른 형태의 룸도 존재하고, 그 룸들은 이렇게나 좁지는 않다. 훨씬 더 여유로운 공간의 방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의 포인트라면, 태블릿과 할인 쿠폰이다. 태블릿을 통해 호텔의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건 이미 호텔들이 취하는 방법이기도 해서 아예 새롭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냐고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젊은 감성'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호텔 내 레스토랑의 할인 쿠폰의 경우 나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작은 포인트지만 하나의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앞에도 적었던 서울 동작구 '핸드픽트 호텔'도 이처럼 체크인할 때 쿠폰을 주는데, 쿠폰을 받으면 괜스레 호텔 내부 레스토랑을 알아보기라도 하게 되는 점이 있어서, 호텔 입장에서도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객을 당길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고객 입장에서도 작게나마 챙겨준 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태블릿에는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로 연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는데, 호텔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는 점에서 '이 호텔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좋았다.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은 특별할 건 없었지만, 이 호텔을 중점으로 만들어지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찍지는 못했는데, 가운 대신 주는 잠옷이 훨씬 사용성이 높아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호텔 가운들의 경우 고급스러움을 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착용하고 다니기에 조금 불편한 면도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끈으로 고정해야 하는 그 특유의 착의 방식도 그렇고, 피부에 닿는 촉감이 좋기는 하지만 그걸 입고 누워서 잠을 청할 때의 느낌이 평소보다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점도 있었다. 물론 잘 사용하고 있었지만,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에서 주는 잠옷을 보았을 때는 '이것마저 다르네'라고 생각했다. 훨씬 가동성이 좋았고, 조금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추가로, 호텔 로비의 직원 분들은 정장을 입고 있지 않다. 아래는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편한 옷을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문했을 당시에도 직원들은 모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물론 직원 각기 옷이 다르진 않고 통일되어 있었지만 어쨌거나 일반적인 호텔 직원의 복장이 아니라 '훨씬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경험이 좋았다. 격식을 원해서 찾은 호텔이 아니니 만큼, 굳이 정장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청바지라는 복장이 미야시타 파크에서부터 연결되는 호텔의 분위기를 마무리짓는 느낌이었다.
6. 정리하면
일단, 호불호가 갈릴 만한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뚜렷하게 고객의 상이 있는 호텔이 있는 만큼, 그것과 맞지 않다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겠다. 고급스러움보다는 편안함을, 비일상보다는 일상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강조하는 호텔의 특성상 그렇다. 기본 룸 기준으로 방이 넓지도 않다는 점도 아무래도 '그 자체가 좋다'고 할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다. 셀프 체크인 시스템도 일반적으로 호텔의 장점인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보니 대접받는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위에서 수차례 이야기한 '격식이 없다'는 건 모두에게 '좋다'라고 할만한 포인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호텔이다.
역과의 거리도 가깝다고 할 수 없다. 어쨌거나 시부야 역을 나와 미야시타 파크의 길이만큼은 걸어와야 한다. 미야시타 파크가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에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역 앞에 바로 있는 '역세권'은 아닌 만큼 도보로 10분 정도는 걸어올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점도 일반적으로 '선호될 만한 포인트'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시퀀스 미야시타 파크는 한 줄로 줄이면 결국 '시부야의 힙한 호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힙하다'라는 표현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도 하고, 그렇게 선호하는 표현도 아니지만 그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포인트가 호텔의 일반적인 구성과는 다르고, 그 점에서 이곳은 '젊고 힙하다'라는 느낌을 모든 경험에서 전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체험'의 의미가 강한 호텔이 될 수 있겠다. 나 역시도 새로운 호텔을 체험하고자 이곳을 방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조금 다른 호텔을 경험하고 싶다면, 또 창 밖의 미야시타 파크를 두고 새겨진 'Hi, Tokyo!'라는 글자와 함께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이곳은 추천할만한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래저래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시간이 짧아 호텔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기회가 있다면 또 방문하거나 추천해줄만한 공간이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카페에 앉아 잠시 노트북으로 일 처리를 했던 마지막 경험까지, 이곳은 편안하고 색다른 호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