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06.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나를 꺼내 보이는 것이 어렵고, 두렵다. 나의 말 한마디가 날 오해하게 만들까 봐 두려워, 내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남이 이야기를 꺼내길 기다리는 편이 됐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가까워지려면 서로를 같이 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듣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홀로 내적친분만 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친해지려면 그 사람도 나를 알 수 있게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말이다. 내가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그 사람이 날 알아갈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인걸 잘 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 입을 쉽게 열지 못한다.
이런 요즘의 내 성향 때문일까, 그저 앉아서 그대가 무대 위에 앉아 웃으며 그대의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가 좋았다. 생일파티이자, 팬콘서트이기도 했던 5월 6일 영원한 막내인 그대와 함께했던 시간. 그 시간이 나는 말없이 앉아 그대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마음이 편했다.
처음 가는 그대의 생일 축하 자리에, 그대의 단독 콘서트 같은 그 자리에, 홀로 노래를 모르는 팬이 되어있을까 봐 노심초사했었다. 하필 업무가 몰려 정신없이 바쁜 주였음에도, 귓가에는 항상 그대의 목소리를 띄워놓았다. 이어폰 너머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그대의 솔로 앨범과 OST들을 다시 들었다. 노래를 듣다 보니 ‘이 노래를 그날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쉼 없이 들었고, 이 정도면 전 앨범을 완창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대가 이런 노래도 했구나’, ‘이런 노래도 잘 어울렸구나’, ‘이 목소리랑도 잘 어울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그대의 목소리와 노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5월 6일 당일, 그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인 만큼 해가 뜨는 맑은 봄의 날씨이길 바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슬비가 내려 우산을 들어야 하는 촉촉한 날씨가 됐다. 그대가 팬들에게 선물한 카페의 음료를 마시면서 오늘은 또 어떤 생일파티가 될지 기대하게 됐다. 미리 공개됐던 그대의 영상과 사진은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그 포근한 공간에 우리를 초대하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이전의 콘서트와는 좀 다를 것 같았다. 우리들의 영원한 막내인 그대가 귀엽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포스터처럼, 나는 처음 가는 그대의 생일파티에 설렘과 기대감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그대도 참 좋아하지만, 유머러스하게 장난을 치는 사랑스러운 막내의 모습인 그대를 참 좋아한다. 그런 막내였던 그대가 이미 아이가 셋인 아빠가 됐지만, 난 여전히 그대에게서 막내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오늘은 셋째와 함께해서 그런 그대의 모습을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유독 셋째와 있을 때면, 장난기가 넘치는 것 같은 그대이다. 아빠가 된 막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가야 돼”라는 것에 다 같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던 그 순간, 그리고 그 말을 이어서 “사야 돼”로 활용하는 그대의 모습. 그대와 함께하는 순간은 늘 웃음으로 가득하다. 당일날 아침까지도 일을 하다 간 지친 몸이었지만, 그대와 함께하는 그 2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참 많이 웃었다. 그대가 선물한 웃음으로 나는 또다시 다음 주를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그대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요즘 노래를 잘 모른다면서도, 한 번 듣고선 그 노래를 그대만의 색으로 다시 불러주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대의 목소리가 이런 노래에도 잘 어울렸구나, 오늘 또 새롭게 그대의 목소리를 알아갔다. 꽤 오랜 시간을 그대의 팬으로 지내왔음에도, 아직도 그대를 난 잘 모르는 것 같다. 26년 차 가수를 좋아하는 24년 차의 팬은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기쁘다. 아직도 그대를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설렌다. 길고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준 그대가 고맙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그대를 향해 기대를 놓을 수가 없고, 알아가고 싶은 이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오늘 그대가 늘어놓는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했다. 흘러온 시간 속에서 막내인 그대가 한 가족의 가장이 된 것처럼, 그대의 일상과 생각은 어떻게 변했는지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대가 궁금하다. 그대가 어떤 도전을 할지, 어떤 시도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또 어떤 말재주로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할지.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걸음걸음에 그대를 향한 기대를 담았다. 한 걸음에 기대를, 한 걸음에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