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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Sep 16. 2024

개구리는 왜 살아남아야만 했나

2024. 08. 28. #아무도 없는 숲속에

얼마나 잊히지 않는 기억이면, 그 시간에 영원히 갇히는 걸까. 얼마나 꿈꿔왔던, 지키고 싶던 행복이면, 잊는 방법을 잊고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사랑했던 가족이기에, 갇혀버린 고통의 시간 속에서조차 자책감에 괴로워해야 했던 걸까. 돌에 맞은 개구리의 고통은 돌 때문이었을까, 사랑 때문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하고 쓰러진 큰 나무는 연못에 파동을 일으킨다. 수면 위에 동심원을 그려내면서 깊게, 때로는 얕게 수면을 흔든다. 하지만 개구리는 폭풍우 치는 까만 바다의 파도처럼 요동치는 연못의 수면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 떠나지 못한다. 그렇게 개구리는 온몸으로 연못의 수면을 견뎌낸다. 파동이 멎길 기다리며, 쉼 없이 자신을 덮치는 까만 수면을 온몸으로 맞는다.


더 이상 맑은 하늘을 비추던 거울 같은 연못이 아니었다. 요동치는 연못은 눈길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일으킨다. 수면을 수놓던 동심원은 어느샌가 누군가의 과녁이 된다. 그렇게 누군가 동심원의 과녁을 향해 돌을 던진다. 아니, 화살을 던진다. 그리고 수면이 진정되길 가만히 기다리던 개구리는 쉼 없이 그 화살의 사냥감이 된다. 그럼에도 돌에 맞은 개구리를 다시 연못에서 헤엄치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개구리를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 사랑일까.


쿵하고 쓰러진 큰 나무는 연못에 파동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개구리는 그 연못을 떠나지 않고 파동이 멎길 기다린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개구리는 사랑으로 자멸했고,

그리고 다시 또 사랑으로 살아남았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654427

추석 연휴, 볼 거리를 찾고 계신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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