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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Feb 28. 2024

새로 산 책(2024-10)

미들마치 외 2

2024년 2월 4일 4권의 책을 구입했다. 저 유명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기쁨이 무척 크다. 기존 번역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출판사와 번역자를 기다렸다. 대형 출판사에서 <미들마치>를 이제야 번역해 출판했다는 것은 작품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내일이면 벌써 2월의 마지막 날인데, 2월에 산 책을 아직도 다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읽는 것도 아니고 구입기를 쓰는 것도 이리 더디다니. 


1. <미들마치 1,2>(조지 엘리엇/이미애/민음사/2024)

몇 차례 런던여행을 다녀온 이후, 영국에 깊이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영국에 관한 책들(역사나 문화를 다룬 책들 내지는 에세이)을 몇 권 읽었는데, 그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되는 책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였다. 풍문에 의하면, 조지 엘리엇은 분명 제인오스틴이나 샬롯 브론테 등과는 '급'이 다른 작가이고(물론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도 대단하지만), <미들마치>는 <오만과 편견>이나 <제인에어> 등과는 '급'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다(물론 저 둘도 대단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아르놀트 하우저는 조지 엘리엇을 이렇게 평한다. "영국 소설사에서 내면으로의 전환은 조지 엘리엇의 작품과 함께 완수된다. 그녀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정신적, 도덕적 본성에 관한 것이며, 거대한 운명적 투쟁의 무대는 인간의 영혼, 내면세계, 도덕의식이다." 이어서 하우저는 <미들마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조지 엘리엇처럼 당대의 지적 생활에 깊숙이 개입해 있던 작가의 작품에서만 사색적 인간들의 운명, 그들이 지닌 문제와 모순, 그들의 비극과 패배가 <미들마치>에 구현된 바와 같은 직접성과 감화력을 얻을 수 있었다." 풍문이 풍문이 아닌 것이다.


2. <자본론 행간읽기>(알렉스 캘리니코스/이수현/책갈피/2020)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현존하는 일급의 마르크스주의자 중 한 명이며, 한때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으로 우리에게는 꽤 유명하다. 이 책은 자본론의 배경이 된 사상(리카도, 헤겔 등)을 다루면서 결국은 캘리니코스 자신의 <자본론> 공부를 집약해 놓은 책이다. 머리말에 이런 내용이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쓰고 있을 때 아버지의 긴 생애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내 기억에서 <자본론> 3권의 가장 뛰어난 부분을 읽던 때와 임종 직전의 아버지를 침대 옆에서 밤샘 간호하던 때는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 뭉클하다.


이 책은 알튀세르의 <자본론을 읽는다>를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자본론>을 엄밀히 읽어야 한다. 본문 자체를 완전히, 네 권을 모두, 한 줄 한 줄 읽어야 한다. 건조하고 평탄한 고원에서 3권의 이윤, 이자, 지대가 나오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려면 2권의 처음 몇 장이나 단순재생산과 확대재생산 표식을 10번씩 읽어야 한다." 공부의 비결은 무척 단순하다.


3. <여자>(카미유 로랑스/임명주/1984BOOKS/2023)

아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 책에 대한 아내와 나의 취향은 꽤 다르다. 내가 주로 당장 읽지 않을 혹은 읽을 수 없는 책, 모셔두기만 할 책을 사는 데 반해, 아내는 지금 당장 읽을 수 있는 책,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사는 편이다(엄밀히 말하면 취향 차이가 아니라 성향 차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아무튼 그 덕분에 최근에 나오는 진정한 의미의 신간들을 접할 수 있고, 동시대의 감각을 간신히 좇아가는 것 같다. 균형감각은 어느 경우에나 중요하다.


1984BOOKS는 아니 에르노의 책과 더불어 주로 프랑스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는 곳으로 보인다. 물성을 가진 사물인 책도 하나의 상품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1984BOOKS 책을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책 내용이 나쁘기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책 내용도 좋지만, 책을 대단히 예쁘게 잘 만든다. 사고 싶게 만든다. 책의 얼굴이라 할 표지, 활자, 종이의 질, 책의 크기 등이 전부 조화를 이룬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물건으로서의) 책을 사는 게 취미인 나는, 이런 출판사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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