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변호사 Feb 24. 2024

새로 산 책(2024-9)

야생의 사고 외 2

[2024. 2. 2. 구입한 책]

2024년 2월 2일 세 권의 책을 구입했다.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90년대 후반에는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프랑스 철학이 유행하고 있었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사어는 '후기 구조주의'였고, 프랑스 철학 유행을 불러온 푸코, 데리다, 들뢰즈, 라깡, 알튀세르 등은 모두 어떤 면에서 구조주의자인 소쉬르, 롤랑 바르트, 레비스트로스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려 왔다고 할 수 있으니, 소위 프랑스 철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김형효 선생님의 <구조주의의 사유체계와 사상>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부제가 레비스트로스, 라깡, 푸코, 알튀세르에 관한 연구였다. 더 늦기 전에 레비스트로스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면서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2023년에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구입했고, 올해 레비스트로스의 주저라 할 <야생의 사고>를 구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제 본격적으로 레비스트로스를 읽기 위해서 김성도 선생의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읽기>를 함께 구입했다. 사르트르의 <구토>는 워낙 유명한 책이고, 또 과거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임호경 선생의 번역으로 새롭게 나온 것이 사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다. 다만 레비스트로스의 책과 함께 사르트르의 책을 산 것은, 레비스트로스와 사르트르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소 얄궂기는 하다. 나의 무의식이 레비스트로부터 사르트를 떠올리게 한 것인가 보다.


1. <야생의 사고>(클로드 레비스트로스/안정남/한길사/1999)


<야생의 사고>는 문명/미개의 이분법적 도식을 해체한다.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서구 문명의 자기 중심성과 우월의식을 비판한다. 다른 문명의 사고 체계를 보여줌으로써 서구중심주의가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역설한다. 특히 이 책은 마지막 장(제9장 역사와 변증법)에서 당시 사상계의 대부라 할 사르트르에게 가차 없이 통렬한 비판을 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옮긴이 해제에 나와 있는 아래의 문장을 인용한다.


레비-스트로스의 표현에 의하면 "모든 사회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이런 양극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어떤 사회도 진정으로 좋은 사회는 없고, 그 어떤 도덕체계도 완전한 것은 없다. 다만 모든 체계들은 서로 균형이 잡혀 있다는 것을 확인할 따름이다."


2.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읽기>(김성도/세창미디어/2023)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세창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 고전 읽기 시리즈는 고전 읽기 탁월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너무도 좋은 책이다. 이 시리즈의 모든 책이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이 시리즈의 저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해설을 맡고 있는 그 고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신뢰할 수 있는 시리즈이다. 한 가지 단점은 나 같은 일반 독자가 그 고전에 대한 자기만의 이해를 갖지 못하고, 이 시리즈의 저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다는 것이다(써놓고 보니 단점은 아니고, 나의 한계일 뿐이다.). 고전이 좋은 책인 이유는, 읽는 이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기 있기 때문이고, 또 그럼으로써 풍부하고 다양한 사유가 고전을 중심으로 집적될 수 있기 때문인데, 나처럼 해설자들의 생각을 맹종하다 보면, 고전의 가능성이 왜곡되고 축소될 수 있는 것이다.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 되겠지만, 이 시리즈와 같은 친절한 해설서를 읽을 때 항상 비판적 독서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3. <구토>(장 폴 사르트르/임호경/문예출판사/2020)


책 뒤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 두 개를 옮겨 놓는다.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전쟁과 경제공황 이후 '신'이 부재하는 세계, 인간 실존의 조건은 무엇인가
다행히 우리에게는 사르트르가 있었다. 후텁지근한 좁은 방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그는 신선한 공기였으며, 시원한 뒷마당의 상큼한 바람이었다._질 들뢰즈

그나저나 문예출판사는 어쩌다 갑자기 책을 이토록 예쁘게 잘 만들게 되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손흥민과 이강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