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라플랑슈, 장 베르트랑퐁탈리스 공저/임진수 옮김, 열린책들, 2024
구입 일자 2024년 12월 16일
2024년 크리스마스 선물.
책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야말로 제대로 프로이트를 공부할 시간이 도래한 것 같다. <프로이트 패러다임>(맹정현), <프로이트와의 대화>(이창재), <정신분석 혁명>(마르트 로베르), <프로이트1,2>(피터 게이)와 같은 프로이트 공부를 위한 좋은 참고서적들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이 있었다. 정신분석학은 완전히 새로운 학문이고, 그 새로움은 프로이트가 창조한 독창적인 개념에서 솟아오른다. 따라서 프로이트가 사용하는 개념의 온전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책 <정신분석 사전>은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 공부를 위한 탁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2005년 초판이 나왔다가 그 뒤로 절판이 된 상태였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절판된 초판이 심지어 10만 원 이상의 고가로 거래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중고서점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저 비싼 가격도 이제 아마도 거래가가 아니라 호가에 그치게 될 것이다. 왜? 새 책이 나왔으니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책인데, 절판된 책들이 있다. 출판사 어떠한 이유로 빨리 책을 안 내고 있는지 혹은 저작권 등의 문제로 못 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경을 좀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전의 존재는 한 국가, 한 사회의 문화적 깊이와 두께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의 연구가 축적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사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 사전은 절대로 탄생할 수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칸트 사전>, <헤겔 사전>, <마르크스 사전>, <현상학 사전> 등이 있다(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자들이 만든 사전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번역본도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튼 이 책을 다시 출판해 준 열린책들과 역자인 임진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저자들과 역자는 이 책이 "현재 통용되면서도 동시에 시대에 역행하는 정신분석 사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머리말에 적고 있다. "시대에 역행"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역자의 경우 기존 번역어와는 다른 번역어를 제출한 것을 두고 시대에 역행하는 작업의 한 표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어떤 의미로 이 책이 시대에 역행하기를 바란다고 한 것일까. 프로이트의 사상은 "닫힌 체계"가 아니고, 따라서 공부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길어낼 수 있으며, 그 새로운 의미가 기존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상환 선생님은 <니체, 프로이트, 맑스 이후의 해석학>에서 "아직 활동을 멈추지 않은 활화산"이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