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알리기에리/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24
구입일자 2024년 12월 21일 / 2024년 크리스마스 선물
<정신분석 사전>과 더불어 2024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단테의 <신곡>을 골랐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나온 <신곡>을 가지고 있음에도 열린책들 단테의 <신곡>을 또 산 이유는, 민음사 번역본의 번역이 나빠서가 아니라 순전히 삽화 때문이다. 민음사 번역본에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가 실려 있는 반면, 열린책들 번역본에는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실려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신곡>의 분위기에는 어쩐지 도레의 삽화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은 '천국'에 어울리고, 도레의 그림은 '지옥'에 더 어울린달까. 아무튼 두 번역본을 모두 가지게 되니 마음이 편하다.
<신곡>은 2025년에 꼭 읽고 싶은 책이다. 모든 고전은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이거나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이지만,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대체로 좋은 책은 한 번 읽어서는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어려운데, 소위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한 번 읽은 정도로는 그 고전의 속살은 구경도 못 하기가 쉽다. 그래서 모든 고전은 한 번을 읽었든 아니든 간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게다가 나에게 <신곡>은 부끄럽게도 정말로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다. 왜 부끄러운가. 내 생각에 <신곡>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인데, 아직 읽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인가? 세상에 그런 책이 있는가? 왜 반드시 읽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꼭 읽고 싶은,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고전이 읽기 어려운 일차적 이유는 오래전에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이 탄생하던 시대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지배적인 사상, 사람들의 생각 내지 관념, 언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읽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백 년 전에 쓰인 한국문학(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도 읽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번역된 외국 문학 읽기의 어려움은 너무도 당연하다. 두 번째 이유는 다소 심리적인 차원의 것이다. 한 분야, 한 작가에 대해서만 평생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내가 그 책을 단 며칠 동안 읽고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단테를, 누군가는 괴테를 평생에 걸쳐 읽고, 연구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책을 펼치는 것 자체가 두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읽지 않을 수 없다. 읽지 않을 수 없는 책들이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신곡>에 관한 여러 책들을 길잡이 삼아, 단체의 여행길에 올라 볼 생각이다. 이마미치 도모노부(이 분은 50년 간 신곡을 읽었다고 한다.)의 <단테 신곡 강의>, 프루 쇼의 <단테 신곡 읽기>를 같이 읽어 가면서, 이제 천상의 노래, 지옥의 노래를 들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