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1,2,3

2025. 10. 6.

by 글쓰는 변호사

2025년 추석. 하늘은 어둡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해가 없어서 대낮인데도 어두웠다. 이런 날은 공포영화가 딱이다. 마침 최근 컨저링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공개되었고, 마지막 편을 보기 위해서는 컨저링 시리즈를 1편부터 정주행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컨저링을 1편부터 복습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갖춰졌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만든 공포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무 이유 없이 죽이거나, 소리만 지르다가 죽거나, 상황이 너무 작위적이거나, 결국 탄탄한 스토리 없이 관객들의 공포심만을 자극하기 위해 시각적 효과와 청각적 효과만 무리하게 남발하기 때문이다. <컨저링>은 다르다. <컨저링>은 잘 만든 극소수의 예외에 속한다.


<컨저링>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1) 악령은 인간의 절망과 무력감을 먹고 산다, 2) 악령을 퇴치하는 힘은 추억(행복한 기억)과 사랑에서 온다(결국 인간은 추억과 사랑으로 절망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3) 용기는 (무서운 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렵더라도 맞서는 것이다 등으로 집약할 수 있겠다.


주인공 워렌 부부를 보면서 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떠올렸다. "올바른 이성에 따라 지금 해야 할 일을 진지하게 온 힘을 다해 호의적으로 행하고, 어떤 것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너 자신의 신성을 마치 당장이라도 돌려주어야 할 것처럼 순결한 상태로 간직한다면, 네가 이런 원칙을 고수하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에 따르는 현재의 활동과 네 말과 발언에 담긴 영웅적인 진실성에 만족한다면, 너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명상록>/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47쪽)


워렌 부부는 정말 목숨을 걸고 악령을 퇴치한다. 악령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다.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을 구하면, 악령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면서 피폐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의 가족까지 구하게 된다. 한 가족을 구한다는 것은 결국 그 가족이 속한 공동체를 살리게 된다는 의미다. 워렌 부부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한다. 워렌 부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또는 기술을 생각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방식으로 사용한다. (실제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워렌 부부는 행복해 보인다. 행복의 한 비밀을 엿본 기분이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