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아마도 갓 결혼한 신혼부부 이겠지요. 결혼식을 마친 직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인의 동그스름한 얼굴이 귀엽습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똘똘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반듯하고 단정한 성품의 소유자 같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랑은 어쩐지 철없는 멋쟁이처럼 보입니다. 결혼을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걸까요. 어찌 보면 약간 긴장한 것 같기도 합니다. 뒤에서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결혼은 연애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겠지요. 그런데 이겨내는 방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이 야드로 인형이 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걷는 길 위에서 꼭 잡은 두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것. 울더라도 손을 잡고 같이 울 것.
2016년 12월 9일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있었던 벼룩시장에서 구입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야드로 인형이 무척 갖고 싶었습니다. 사실 집에 야드로 인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자기 돼지저금통이 있기는 했습니다. 언제 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납니다. 야드로 인형이 스페인이 본산이라는 얘기를 듣고 스페인에 가면 꼭 사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비싸고 멋진 야드로 인형을 몇 차례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딱 어린 시절 집에 있었던 '돼지저금통 야드로' 수준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바르셀로나 벼룩시장에서 야드로 인형을 파는 가게를 만났습니다. 다행히 가지고 싶은 마음의 크기에 비해서 가격도 그리 많이 비싼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저는 지금까지 이 자기 인형이 '야도르'인 줄 알았습니다. '야도르'가 아니라 '야드로'였네요. 어쩌면 몇년 전 똑같은 착각을 하다가 인터넷을 찾아 보고 교정의 기회를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도 역시나 "아, 이거 야도르가 아니라 야드로군"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제 마음은 자꾸 '야도르'라고 하고 싶은 걸까요. 왜 심리적으로 '야드로'에 저항하고 있는 것일까요. '야도르'가 어쩐지 더 부드럽게 혀 굴러가는 소리가 나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몇 년 뒤에도 저는 분명히 이 인형을 '야도르'라고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all photos by SAV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