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제작기 ep.3
안녕하세요.
오디오 콘텐츠 제작의 장점을 알아본 두 번째 글에 이어, 이번 세 번째 글에서는 팟캐스트 기획 및 구성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말해보려 합니다.
앞의 두 글에서 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이론을 다뤘었다면, 이번 글에서부터는 실전에 유용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다뤄보게 될 텐데요. 우선, 아래와 같이 레퍼런스 채널 분석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달려보겠습니다.
레퍼런스 채널 분석
세부 컨셉 구상 (1) - 기획 의도
세부 컨셉 구상 (2) - 이름 결정
세부 컨셉 구상 (3) - 멤버 구성
세부 컨셉 구상 (4) - 목표 설정
기획 단계의 가치
레퍼런스 채널 분석
기획 단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정은 아무래도 '어떤 팟캐스트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겠지요. 그래도 팟캐스트를 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분들께서는 대부분 어느 정도까지는 채널의 방향성을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레퍼런스 채널 분석인데요. 본인이 구상한 방향과 연관이 있는 채널들을 기획 단계에서 정리하여 분석한다면, 이후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을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수차례 거쳐야 할 시행착오들을 확연히 줄여나갈 수 있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레퍼런스 채널의 범위를 넓게 가져갈수록 도움이 된다는 건데요. 이 과정을 거칠 때 흔히 일어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특정 인기 채널의 방향만을 답습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지대넓얕>의 방식만을 차용하여 교양 채널을 만든다든가, <빨간책방>의 모습만을 따라하여 도서 채널을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인기 있는 채널에는 당연히 인기의 비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결을 참고하는 것은 신규 제작자로서 당연히 필요한 자세지요. 다만 이러한 방식에만 매몰되게 되면 만들고자 하는 채널의 색이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 채널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기도 쉽고요.
나아가 이러한 방식은 채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신선함 면에서 청취자분들의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겠죠. 여러분의 채널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무언가가 없다면,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해당 인기 채널과의 비교를 오랫동안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레퍼런스의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자세입니다. 본인 채널이 속할 카테고리는 물론, 그 외의 카테고리에서도 상위 채널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나 제작자 본인께서 팟캐스트를 즐겨 듣던 편이 아니시라면 더 필요한 과정이겠지요. 이러한 넓은 범위의 분석을 통해 본인 채널에서 활용할 방식들을 최대한 많이 조합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필요한 과정이 해당 채널에 쌓인 청취자분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인데요. 내가 느낀 반응이 청취자분들이 느끼는 반응과 일치하는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등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단단하게 구축될수록 자연스레 제작자로서의 감도 켜켜이 쌓여갈 거예요.
또한 이를 통해 팟캐스트 청취자분들이 어떤 점을 거슬려 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실 텐데요. 이를 바탕으로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일종의 오답 노트를 머릿속에 넣어두는 거죠.
제 경험상으로는 이 작업이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요. 특히나 이때 상대적으로 덜 정돈된 신규 팟캐스트 채널들을 함께 참고하다 보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세부 컨셉 구상 (1)
기획 의도
레퍼런스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채널의 방향을 잡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컨셉을 구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채널의 기획 의도를 먼저 명확하게 수립해놓으면 이후 컨셉 구상 단계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획 의도라고 해서 꼭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란한 수식어와 함께 꾸며낼수록 이후에 혼란만 낳게 되죠. 무엇을 위해 혹은 어떠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채널을 만들 것인지. 나아가 어떠한 방향으로 꾸려갈 것인지 등을 친구에게 알려주듯이 쉽게 구축하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설정한 기획 의도는 이후의 모든 과정에서 여러분의 채널을 지탱해주는 틀이 될 겁니다. 갖가지 이유로 채널의 흐름이 흔들릴 때마다 그 방향을 조정해줄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이 기획 의도에 따라 다음 단계인 제목 결정, 멤버 구성, 목표 설정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명하게 수립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세부 컨셉 구상 (2)
이름 결정
완성된 기획 의도를 토대로 이제 그와 어울리는 채널의 이름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이름은 채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에 더더욱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겠지요.
사실 팟캐스트 채널명을 정하는 것이 다른 분야에서 특정 명칭을 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브랜드명을 정할 때나, 책 제목을 정할 때나, 나만의 닉네임을 정할 때와 마찬가지의 고민이 필요하죠. 기획 의도 및 방향을 담아낼 것, 시장의 다른 명칭과 중복되지 않을 것,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울 것,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될 것 등의 기본적인 고민들 말이죠.
다만 위와 같이 현재 시장의 상위 채널들을 보면 어느 정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대부분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거나, 줄임말을 활용해 그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오디오 콘텐츠의 특성상 누군가에게 불려질 경우가 많다 보니 더더욱 이러한 면에서 각인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채널명도 그런 식의 명칭이면 아주 좋겠지요?
세부 컨셉 구상 (3)
멤버 구성
기획 의도도 수립했겠다, 제목도 지었겠다,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기엔 아직 이릅니다. 컨셉 구상의 핵심인 멤버 구성 단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시장에는 2~4인으로 구성된 방송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먼저 5인 이상의 방송은 오디오가 물리는 경우가 많고 목소리의 구분도 어렵기에 거의 존재하지 않죠. 또한 혼자서 진행하는 방송 역시 아무래도 다양성 면에서 한계가 있고 지칠 수 있는 확률도 높은 편이라 현실적으로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5인 이상과 1인 운영 체계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멤버가 5인 이상이더라도 매번 돌아가면서 적정한 인원으로 녹음을 진행할 수도 있고, 운영은 혼자 하지만 게스트를 활용해서 다채로운 방송을 꾸준히 만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절대적인 인원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구상하는 방향과 멤버의 구성이 잘 맞아떨어지는가에 있을 겁니다. (1)에서 구상한 채널의 기획 의도에 따라, 때로는 고정된 패널이 함께하는 것이 때로는 날마다 다른 게스트를 초대하는 것이 다르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교양을 중심으로 한 저희 채널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방송 컨셉을 잡아놨습니다. 매달 한 가지 카테고리로 네 명의 패널이 돌아가며 교양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죠. 여기서 애초에 설정한 네 명이라는 인원수는 대화의 다양성, 녹음의 용이성, 제작의 현실성 등을 모두 고려한 판단이었습니다.
4인 미만의 패널로는 방송 내에서 충분한 캐릭터와 관계를 확보하지 못할 듯했고, 이에 따라 대화 역시 다채롭게 구성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죠. 또한 5인 이상으로 패널이 이뤄질 경우에는 위에서 얘기한 오디오 문제를 우려했고요. 거기에 더해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한 교양 방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번갈아가며 에피소드를 담당할 수 있는 4인 구조가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의사 결정 구조에 있어서 고려할 점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람 간의 갈등도 무시하기 어렵죠. 하지만 만일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특히나 팟캐스트는 수익을 냄으로써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너지는 꽤나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즐거운 일에 함께 웃을 수 있고 슬픈 일에 함께 울 수 있는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세요.
세부 컨셉 구상 (4)
목표 설정
이제 세부 컨셉 구상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바로 채널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인데요.
잘 세워놓은 목표는 채널을 이끌어나감에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더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해주기도 하고, 도중에 포기하지 않게끔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떠올리기 쉬운 구독자 수, 조회 수, 댓글 수와 관련된 목표가 그렇겠지요. 이러한 목표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나 성장이 쉽지 않은 현재 팟캐스트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런데요. 신규 제작자의 의욕 가득한 목표들이 종종 그들의 제작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저는 성장과 관련된 목표가 아닌, 유지를 위한 최소 기간을 목표로 설정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감정과 상황에 휩쓸려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함께하는 사람들과 절대적인 제작 기간을 미리 정해놓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욕심을 덜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성장과 관계없이 유지만 해도 목표를 이루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유지를 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목표를 추가해갈 수도 있겠죠.
어떤 일이 있어도 일단 정해둔 기간만큼 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전이 될 거예요.
기획 단계의 가치
이제 여기까지 모두 수행하셨다면, 여러분은 모두 준비가 되셨습니다. 바로 녹음실로 달려가기만 하면 이제 대망의 팟캐스트 제작자가 되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이러한 기획의 단계가 무의미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적어둔 저 역시도 어떤 면에서는 공감하는 말이지요. 만일 여기까지만 하고 막상 시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헛수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고려하고 시작하는 것보다 일단 녹음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다만 최소한 기획 단계를 거치다 지쳐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는, 이 단계에서 고민을 철저히 한 사람일수록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훨씬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제작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마다, 여러 상황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멤버들과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이 기획 단계에서 거친 고민들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왜 이 기획 의도로, 왜 이 이름으로, 왜 이 멤버로, 왜 이 목표를 설정했는지 되돌아본다면, 여러분의 시야가 명확해질 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다음 시간에는 기획 단계를 넘어 녹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볼 건데요. 녹음을 할때 고려해야 하는 수많은 지점들을 하나하나 말해볼 예정입니다. 정말 진짜 실전 단계라고 볼 수 있지요.
녹음을 앞두고 입이 간질간질하고 있는 제작자분들께서는 다음 글을 꼭 참고해주세요 :-)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팟캐스트 제작기 ep4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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