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 꼭지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 뮤지컬 <잭 더 리퍼> 스포일러 주의문구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오정세/엄혜란/김선영/강하늘/공효진 그리고 손담비 배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로맨틱 코미디로만 기대한다면 큰 코 다칠 드라마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동백 씨가 전남편의 마을에 와서 정착하는 이야기.
이렇게만 소개하면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 큰 함정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드라마의 장르는 달달한 로맨스가 아니라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에는 우스운 공식이 있다.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범죄 수사 드라마는 범인 잡다가 연애하고, 요리 드라마는 요리보다도 연애를 한다. 장르 불문하고 드라마 전체가 <러브 액츄얼리> 같다.
*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좋아한다. 단지, '모든 장르가 연애 중심이다'라는 것에 대해 불만을 말한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다르다. 스릴러라면서 연애가 낀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할 것 같은데 스릴러가 낀다. 뭐가 다르냐고?
방금까지 주연 둘이 간질간질한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다음 편 예고가 나올 즈음되니까 갑자기 스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범죄현장 수사 중인 경찰들 모습이 비친다. 누군가 이미 사망했거나, 누군가가 범죄를 일으킬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자칭 타칭 범죄 스릴러 마니아인데, 범인 쫓다가 연애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이런 전개는 처음 접해서 신선함을 느꼈다.
이런 장르 처음인데, 꽤 맘에 들었다.
그럼에도 범죄 스릴러 마니아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사건 맺음 방식 때문이다.
스릴러가 끼어들기는 했지만, 결론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직접 보시려는 분의 재미를 위해, 자세한 줄거리와 맺음은 생략하기로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래에 소개하겠다.
그 사람은 뭐가 돼? (feat. 뮤지컬 <잭 더 리퍼>)
자자,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뮤지컬 <잭 더 리퍼>에 대한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위로 또는 뒤로 가기를 권한다!
우측 포스터 속 소름돋는 디테일: 동백 외 인물들 발치에 있는 노란 숫자사인
모르는 분을 위해 소개하자면,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스릴러 뮤지컬이다.
영국에 실존했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이며, 세 남자의 시선을 오가며 극이 진행된다.
신출귀몰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대중의 이목을 끌 자극적 특종을 쫓는 기자와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사가 극을 이끌어간다.
이 뮤지컬 내에도 로맨스가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로맨스 라인은 주연인 의사와 그의 연인이다. 연인이 '장기 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자 수년 전에 사망한 줄 알았던 연쇄살인마 잭에게까지 도움을 청하며 신선한 장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잭은 수년 전 추격 때 이미 사망했고, 의사가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덮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그의 연인은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자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열하던 의사는 범인을 쫓던 형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 와중에 특종감을 드디어 찾았다며 신난 기자에게 형사가 던지는 말이 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밝혀지면, 희생자들의 죽음은 그저 저 둘의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 줄 개죽음이 될 거야.
장르 특징 면에서는 만족했지만,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드라마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들은 그저 이야기에 흥미진진함을 더해줄 '개죽음'이 되어버렸다.
물론, 각 인물들의 사연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모두 동백 씨와 관련이 있다. 동백 씨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