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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r 23. 2024

언제나 슬프고, ㅇㅇ를 갈망한다.

ebs강신주의 장자수업 영상 클립을 청취했다.

ebs 석학들의 강의를 '나중에 보기'로 넣어뒀는데, 그 덕인지 추천영상으로 '강신주의 장자수업'클립이 1열에 나타났다. '행복한 자의 세계는 다르다'라는 제목이 끌리지는 않았지만, 추천에 뜬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퇴근 중에 틀어봤다.


별다른 생각 없이 틀었던 것인데, 들으면서 머리를 띵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새로운 사상을 알게 되었다는 게 아니다. 정곡을 찌르는 강의였다.


두 달 전에 정주행 했던 <진격의 거인>은 디스토피아를 다룬다는 것, 신념을 갖고 고뇌하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것 말고도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 '끌리는 것'이 무엇인지, 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짧은 클립을 들으며 깨달았다. 내가 그 작품에 매력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의 도전과 좌절과 고뇌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이누야사>에서 카라가 바람이 되어 흩어질 때, 드디어 자유로워졌구나. 슬프지만 축하하는 마음도 있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작은 나비 넘버에서 훨훨 날아 보고 싶던 바다를 보는 나비가 대견하고도 부러웠다.

훨훨 날아가는, 자유로워보이는 인물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례는 이 정도이다.


난 산책을 하다가 매가 보이면, 상공의 바람을 타고 빙빙 돌며 점점 높이 오르는 것을 구경하곤 한다. 그 동물들은 먹고살려고, 사냥을 하기 위해서 더 멀리 보려고 나는 것뿐일 텐데. 나는 그 높이 나는 튼튼함과 자유로워보이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다와 하늘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길'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 어딜 다녀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보통은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지 않고 나아가는 길로 상상하고 해석한다.


다시 강신주의 장자수업으로 돌아가서, 내가 들었던 강의에서는 거대한 물고기 곤의 이야기를 다뤘다.

거대한 호수를 상상해 본다. 바다라고 믿을법한 큰 호수에 사는 아주 큰 물고기다. 그 물고기는 이 물이 작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넓은 곳을 갈망한다. 어느 날, 그 큰 물고기는 새가 되었고, 바람을 타고 높이 난다. 그 이야기를 해석해 주는 강의 영상이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난 직업, 생활공간, 내가 사용하는 도구들 등에 대해서 더 화려한 것, 큰 것을 갈망하지 않는다. 다양한 것을 경험해야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이것이 아닌 다른 것. 지금 내 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공간과 환경 또는 사람이나 물질이 더 내게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생활에서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가족 구성원들, 직장 동료들 등 일상생활 속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다.

하지만, 언제나 슬프다.


나는 언제나 슬프다는 것을 인지한 지 몇 년이 지났다. 내가 들은 짧은 클립에서는 이런 말을 들었다. '슬퍼야 한다. 그걸 받아들이고 알아야 한다. 내가 아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픈데 안 아프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우연히 들은, 10분 남짓한 강의 덕에 내가 늘 갈망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인생을 관통할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영상 시리즈의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황하를 건너는 나룻배들'비유를 언급하며 이런 말을 전한다.

'황하는 빨리 건너버려야 하는 장소인가? 아니다. 황하를 건널 때, 그 건너는 시간과 행위도 즐기는 것이다.'

강을 건너가는 것을 인생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강을 건너는 행위는 살아가는 모든 시간, 모든 경험들이다.

얼른 목적을 달성해버리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하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


'나는 어떤 자유를 갈망하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강의를 들어도, 어떤 책을 읽어도 단번에 얻을 수 있는 대답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이것만 끝나면  답을 얻으려나 했던 활동들'도 답이 아니었고 아직 내가 갈 길은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서 대학진학을 하면, 공연업을 하면, 무대에 서면, 취직을 하면. 아마 이다음에 답인가 보다! 하고 찾은 어떤 경험도 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이게 인생이구나'하고 즐기며 살고 싶다.


ㅡ2024.3.24. 토.


*커버 사진은 이번달(2024.3.)에 직접 찍은 매 사진이다. 빙글빙글 돌며 바람을 타고 더 높이 오르고 있었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ebs영상 강의 시리즈를 알아보려고 검색하다가 동명의 책이 두 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매해다가 마음껏 메모하면서 읽고 들어볼까, 자체적으로 철학 강의를 수강하듯이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때 한 학기 동안 수강한 것으로 현재 내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양철학강의입문 강의를 떠올려본다. 사려 깊으시던 그 교수님께선 안녕히 지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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