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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25. 2016

'ㅇㅇ앞'의 저주

나의 오랜 꿈! 바닥이 유리로된, 여수해상케이블카 크리스탈 캐빈을 타러~

커버 이미지 출처는 구글'여수 크리스탈캐빈'


ㄱ. 해상케이블카도 타러 간 나만의 이유가 있지!

어릴때 심슨 에피소드 중에서 '바닥이 유리로 되어 강이 훤히 보이는 배'를 심슨가족이 타는 내용이 있었다. 그걸 보며 '바닥이 유리로 된 탈것'을 나도 타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에도, 여수에도 그게 있다고 해서 이건 타야해!하고 소셜커머스에서 '여수 해상 케이블카' 크리스탈캐빈(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과 바닥이 불투명한 일반 캐빈이 있다. 크리스탈 캐빈은 캐빈 수가 적기도 하고 이용권이 조금 더 비싸며, 편도는 없고 왕복만 구매할 수 있다.)이용권 구매를 해놓았다.


ㄴ. 그래, 나 청개구리! 그게 바로 나야! _다른 길을 택하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며 보니 여수의 케이블카는 탑승 시작점이 두 군데였다. 어디를 고르느냐는 탑승자마음. 그런데 케이블카 홈페이지에는 '오는 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딱히 없고 '어디서 타시면 된다'만 소개되어 있었고, 탑승 후기를 찾아보면 유독 한 쪽으로 방문객들이 많이 쏠려있었다.

다른 한 쪽은 가기가 매우 힘들다나?

헌데, 나는 하지말라면 하고싶고 하라면 하기싫고, 이런 청개구리 성향이라 ㅋㅋㅋㅋ 사람이 적은 쪽 루트로 가보고 '얼마나 힘들기에, 이쪽과 저쪽의 환경이 얼마나 다르기에 사람들이 한 쪽을 유독 선호하는가'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방문(왕복/편도 이용의 시작점으로의 방문) 후기가 많은 돌산공원의 놀아정류장이 아닌, 상대적으로 후기가 적은 자산공원의 해야정류장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오동도 입구와 근접해서 '오동도입구쪽 정류장'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용산에서 무궁화호 밤 막차로 출발해서 여수 도착 시각이 대략 새벽 4시쯤이었다.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조식을 든든히 먹고 설레는 맘으로 문제의 '해야정류장'을 찾아 나섰다.

항상 나의 길찾기 메이트로 활약해주는 어플, D지도를 켜고 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ㅇㅇ아파트가 지도에는 나와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있어야 할 위치에 없었다. 로드뷰를 켜보면 혼란이 가중되었다. 로드뷰를 따라 가려거든 어느어느 집 담장을 넘어 그냥 직진을 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런 망할!!!)


20여분 가량을 어느 언덕에 옹기종기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마침 장보러 나오시는 어느 어머님께 여쭈었다.

"저, 어머님, 혹시 오동도 입구쪽의 케이블카 정류장에 가려면 여기로 가야 하는 거 맞나요?"

"... 케이블카? 그거 이리로 가면 많이 걸어야돼! 오늘 날도 추우니까,

여기서 이리 나가서 저리 꺾어지면 엘리베이터 있어! 그거 타고가!"

?!!!!


여행 가기 전, 케이블카 사이트를 뒤져보고 후기를 검색해보고 해도 엘리베이터 이야기는 '건설중이다, 공사중이란다'밖에 없었는데, 그게 완공되어 있었나보다!

ㅠㅠ 여수 주민의 힘으로 수월한 길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안내를 받고 나오다보니 D지도에 안내되어 있던 ㅇㅇ아파트는 이미 철거되어 터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업데이트 하라고! 이 지도어플아!!!!


동네에서 나와 10여분을 걸어가는데, '올바른'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이제야 길가, 길 좌측의 엑스포 공원 등등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신기한 걸 발견했다.

오동도에 동백나무 숲이 있다고 들었는데, 딱히 그 숲에서만 동백나무가 자란다거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가로수가 죄다 동백나무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ㅋㅋㅋㅋ

우리 동네에서는 키가 작은 히읗으로 시작하는 나무들(회양목 이었던가??)을 심어놓았을 자리에 동백나무들이 있었고, 은행나무가 있을 자리에도 키큰 동백나무가 있었다. 가로수가 죄다 동백나무였다.

초록 잎 사이로 빨간 꽃들이 많이 피어있는데,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싶어서 향을 맡아봤다. 진짜였다.

굳이 국외가 아니어도 컬쳐쇼크(이것도 문화의 한 면이겠지?)를 느낄 수 있었다. 국내를 구석구석 다녀보자는 마음이 더 확고해졌다 ^^


걷다보니 저 멀리 뭔가 높다란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높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아 저거구나!

딱 보고 '아 저거구나!'싶었던 엘리베이터 건물.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다. 유료인지 무료인지는 확인 안 했음.

엘리베이터 건물 앞에는 삼거리 도로가 놓여 있는데 한 쪽은 내가 걸어온 방향(무슨 고등학교 방면), 한 쪽은 오동도 방면, 한 쪽은 어떤 터널로 이어졌다.

엘리베이터 건물 앞에 다다르자마자 해야정류장이 오동도 정류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건물 바로 앞이라고 할 정도로 가까이에 '오동도 입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건물 앞에서 찍은 오동도 입구 사진. 줌을 1.4정도로 하고 찍은 것. 매우 가깝다!

해야정류장으로 가는 이 길목에는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위로 올라가기 좋은 설비(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왜 사람들이 이리로 온 후기는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한 바로는 '이게 완공된 줄 모르고 후기만 좇아 사람들이 가던 데로만 간 거 아닐까?'.

그래서 이 엘리베이터 후기는 꼭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필요로 할 정보라고 생각하며, 비록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지만 ㅜㅜㅜㅜ


ㄷ.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는데, 왜 오르질 못했니?!!!

내가 여행을 간 날은 '한파 특보'인가 '주의보'인가가 거의 전국적으로 발령났던 날이었다. 낸들 뭐 여행 가기 전 그날이 한파 특보일 거라고 예상 했을까?(지금 이 시각, 제주도에 발 묶여 있는 관광객들도 저들이 발 묶일 줄 몰랐을 것 아닌가ㅜㅜ)

추위를 뚫고 인증샷을 찍고 건물 안에 들어서니 관계자 아저씨 두 분께서 엘리베이터 앞을 막아서시면서

 "오늘 바람이 너무 불어 지금 운행을 안한다. 올라가지 마시라.(feat.전라도 여수 사투리)"고 하셨다.

ㅜㅜㅜㅜ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지금만 안하는 건가요? 이따, 오후엔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기상 상태를 봐야 하는데, 오늘 운행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feat.전라도 여수 사투리)"

ㅜㅜㅜㅜㅜㅜㅜㅜ

건물 안. 엘리베이터 바로 앞. 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ㅜ

엘리베이터 건물을 나서며 소셜커머스에서 사뒀던 이용권 환불을 요청하고, 나는 'ㅇㅇ앞의 저주'를 떠올렸다.


ㄹ. 부록, 'ㅇㅇ앞의 저주'란?

때는 몇 년 전, 우리 가족이 남도 여행을 할 때였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며 5일 가량의 가족여행을 했는데, 그 코스 중 "지리산"이 있었다.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가서 경치를 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자고 하고,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했는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는 내내 차창 밖의 경치 구경을 하며 위에서 보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차들이 참 많았고, 노고단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많이 밀리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노고단 입구 바로 앞에 도착!!! 했으나, 주차요원이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객'인 줄 알았는지 수신호를 내려가는 길로 해버렸고, 오랜 운전으로 살짝 멍한 상태이셨던 아버지께서는 그 수신호대로 움직여, 노고단 입구만 찍고 지리산을 하산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부터 우리 집에서는 'ㅇㅇ입구'라는 말만 나오면 그 일화를 떠올리며 웃곤 했는데.... 했는데ㅜㅜㅜㅜ

이번에 케이블카 타러 갔다가 입구에서 휙 돌아나오면서 나는 '이게 저주가 아닐까 ㅜㅜ'하는 생각을 했다.


안녕 엘리베이터"입구"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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