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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27. 2016

세렌디피티! 조선수군의 흔적, 진남관.

우연한 방문 치고 굉장히 많이 느끼고 생각했던 공간들.

세렌디피티: Serendipity. 뜻밖의 행운. 우연히 마주한 행운, 기쁨.


ㄱ. 요상한 습관의 덕을 보다, 세렌디피티

거센 바람 덕에 여행 떠나기 전 미리 짜둔 계획에 큰 구멍이 생겼다.

내가 이용권을 끊었던 '크리스탈 캐빈'은 차량 수도 적고, 사람들이 많이들 타서 대기시간이 길다는 말을 들어서 정말정말 이르게 조식을 먹고 숙소를 나섰던 터라

'새벽에 숙소에서 팜플렛을 보며 급히 계획에 넣은 벨루가 생태설명회(in 한화 아쿠아리움) 시간까지도 시간이 꽤 남았는데 어쩐다?' 하고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새벽에 아쿠아리움 팜플렛과 함께 손에 넣었던 진남관 팜플렛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을 보러 가면 공연장에 비치된 팜플렛이며 포스터를 모아 싹 쓸다시피 하나씩 챙겨들고 집에 돌아오는 요상한 버릇이 있는데(나뿐이 아니다. 항상 내 옆에 적어도 두 세명은 서서 두리번거리며 나와 함께 무료팜플렛 쇼핑을 하고 있었다.) 여행에서도 그 버릇이 한 몫 했다. 이런 습관도 사용처가 있었다ㅋㅋ

새벽에는 자세히 읽지 않았던 안내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장소라는 내용이 확 튀어보였다.

"이순신장군?! 여긴 가야해!!!"

발길을 재촉해 진남관행 버스를 타러 출발했다.


ㄴ. '진짜' 버스정류장은 어디인가 ㅇㅁㅇ

버스 정류장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옛날식 표지판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에 가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분명히 지나가는 버스는 많은데 왜 서는 버스는 한 대도 없는가... 수 대의 버스를 보내고 나서는 열이 올라서 '좀 더 버스 정류장같이 생긴 곳'을 찾아 나섰다. 진남관 가는 버스정류장같이 생긴 정류장은 꽤 찾기 힘들었다.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은 안내 전광판 고장이 잦긴 해도 버스는 잘 서는데 ㅜㅜ'

20여분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고등학교 앞에 사람들 몇몇이 모여있었다. 마침 서있는 버스는 내가 타야 할 버스였고, 재빨리 가서 탑승~!

교훈 하나를 얻었다. 여행지에서 대중교통 이용할때는, 지도를 보고 길을 알것같더라도 우선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확인해보자!

(좀 더 여수를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안내전광판이 없는 정류장은 버스가 아예 안 서는 곳인 듯 했다. 전광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버스 타기~!)


ㄷ. 옛날의 풍경과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멋진 곳, 진남관.

이순신장군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로터리에서 하차한 뒤, 버스에서부터 보이던 진남관 건물로 향했다. 현대 건물들 사이에 우뚝 남아 있는 모습이 힘 있어 보였다.

진남관 올라가는 길 가장 아랫단. 안내문과 안내도가 있다. 가장 앞에 보이는 안내문은 진남관 보수공사?!를 한다는 안내문.

진남관 올라가는 계단에는 우리나라의 여느 유적들과 같이 안내문과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안내도를 보니 유물 전시관이 진남관 본 건물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기에 이곳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아, 대체로 진남관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전시관에 들르던데 그 순서보다는 전시관을 우선 들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전시관에서 진남관의 옛모습, 이순신장군과 조선 수군의 모습, 전투 이야기 등을 접할 수 있으므로 이 후 진남관을 볼 때, 그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때 느낌과 드는 생각이 다르다.)

전시관 외부 모습. 운치있어보인다. 작은 규모이지만,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보자니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25~30분 가량 이 전시관을 돌아다녔다.

전시관에서 내가 가장 유심히 봤던 것은 이순신장군의 칼 모형과 진남관&그 주변의 복원모형이었다.

행주산성에서였던가? 중학교 수학여행때 이순신장군의 진검 전시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도 칼의 길이에 엄청 놀랐지만, 이번에도 깜짝 놀랐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전시물이었는데, 대체 키가 얼마나 커야 저걸 휘두를 수 있는 걸까, 의아해하며 전시관 유리에 비친 내 모습과 칼의 길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사진을 찍어다가 비교해보기도 했다 ㅋㅋㅋㅋ

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진남관으로 오르는 계단, 어느 누각 하나를 지나 더 올라가다보면 어떤 문 뒤에 진남관이 위치해 있는데, 넓다란 건물 하나에 마당같은 넓은 터만 남아 있어 허전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학교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때의 사진을 전시관에서 보고 왔기 때문에 그런(허전하다는, 언젠가는 여기가 가득 차 있었다는 걸 알고 보니까)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봤는데, 중간에 몇 번 휘청거렸더니 사진 속 건물에 굴곡이 졌다 ㅋㅋㅋ 실제로 가서 봐도 넓다란 건물과 마당을 볼 수 있다.

정작 진남관 본 건물에서는 전시관에서 보낸 시간에 비해 굉장히 짧은 시간을 서 있다가 내려오는 길, 계단에서 보니 이순신광장 너머 저 앞의 바다까지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계단을 도로 내려오며 본, 내 시선의 모습. 일부러 내 눈높이에 맞춰 찍었다. 목을 거북이처럼 쭉 집어넣으면서. 건물을 하나하나 지우고 저 바다에 옛 배들을 띄워놓는 상상을 했다.

상상을 해봤다. 이 모습에서 현대 건물들을 다 지우고, 저 바다에 판옥선과 거북선을 띄워놓는다면?

전시관에서 본 모습과 같은 모습이 상상되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우리나라에 이렇게 현대 건물 속에서 옛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전에 이순신장군님과 여러 조상들께서 보시던 것과 완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비슷한 광경을 나도 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찼다.


ㄹ. 약간의 조크 ㅋㅋ

바다를 내려다보며 감탄하고있다가 마저 계단을 내려오는데, 한 남자아이와 그 부모님께서 진남관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르다가 문득 부모님께서 대화를 나누시기 시작했다.

"여보, 저거(누각) 한자로 뭐라고 써있는거야?"

"망해루"

"??? 헐? 왜 망해? 왜 이름을 저렇게 지었대? 건물은 멋있구만."

"..... 바라볼 망, 바다 해, 누각 루. 바다 보는 누각이라고...ㅍ_ㅍ"

아들: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자 못 읽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한자 음대로 해석하시는 모습에 나도 빵터졌다 ㅋㅋ


ㅁ. 이순신 광장, 전시관형 거북선이라니!

진남관에서 내려다볼 때부터 눈에 띄던 광장의 거북선 모형.

한 바퀴 빙 돌아보기 전까지는 그냥 커다랗게 만든 거북선모형인 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게끔 만든 거북선이었다!

겉모습 뿐 아니라 안에서는 군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뭘 하고 있었을 지, 모형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참 좋았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편하고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거북선 전시관 안에서 바라본 바다 모습. 창처럼 나 있는 구멍을 통해 봤다. 때마침 해가 비치고 있어 바다가 한층 더 예뻐 보였다. 거북선 안에서 바다를 본다는 느낌, 색달랐다.

귀한 유물을 잘 보존하며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위 '교과서'같은 박물관도 좋지만, 이렇게 편하고 흥미롭게 옛 모습을 상상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관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ㅂ. 금강산도 식후경! 배고프니 다음기회에~

진남관으로 향하면서는 '이순신장군을 가장 먼저 모신 사당도 여수에 있다고 하니, 여기도 들렀다가 아쿠아리움 가자!'라고 생각했지만, 전시관 관람을 아주아주 꼼꼼히 한 터라 시간이 많이 흘러 기운이 빠졌다. 체력적 문제가 아니라 배고픔의 문제로 인해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번만 오고 안 올 생각을 한 것도 아닌데 뭐!'하며 사당은 다음 여수방문때 해보기로 하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하기로 결정!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도 빨리 잘 찾아서(사실, 현지 어른께서 저~기가 버스 더 잘선다고 알려주셨다ㅋㅋㅋ 혼자 통통통거리고 왔다갔다하는 것이 안쓰러워보였나보다ㅋㅋㅋ)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배고픈데 왜 아쿠아리움으로 갔느냐? 아쿠아리움 안의 식당 메뉴 하나가 매우 궁금했기 때문에! ㅋㅋㅋㅋ


+덧붙임.

1. 난 펄럭이는 깃발을 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왠지 저 소리를 들으면 앞으로 이야!!!우아아!!!!하면서 달려나가야 할 것 같고, 힘이 나고, 두근두근한다.

증거자료. 이 영상 말고도 1분동안 펄럭이는 깃발만 찍은 영상이 있다. ㅋㅋㅋㅋㅋ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좋아한단 걸 확실하게 티냄.

2. 진남관을 찾아가며 '우리나라의 검과 활 등 무기'에 대해 잠시 자료검색을 해봤는데, 우리나라는 본디 근거리 전투가 아닌 원거리 전투를 주 전투 방식삼았다고 한다. 검을 주로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왼쪽허리에 검을 차되, 칼자루가 앞이 아니라 등(뒤)을 향하도록 찼으며, 활을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거북선 전시관 안에 있던 활과 화살 모형. 대포와 화살 모형이 진남관 유물전시관, 거북선 전시관에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역사공부를 하거나 관련 자료를 접할 때, 내가 스스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상상하던 전투 모습은 왠지 일본산 애니메이션 속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 '우리 옛 모습'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간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자. 더이상 '착각'하고 있고 싶지 않다."라고 다짐+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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