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삶에 대한 각자의 속도

by 김태한

달빛이 번진
밤하늘은 높았다.

세상에 홀로 떠있는 달은
그 자체만으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알려준다.

땅을 바라보고 걷는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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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지렁이 한마리를 만났다.

인도의 마른 보도블럭을
가로 지르려는 듯
몸을 길게 늘려서
느린 달리기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마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면
이후 오는 사람에게 단명 당할지도
모른다.

도와줄까 하다가
인도 가운데를 막고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느릿느릿
결국엔 넓은 인도를 건너내었다.

삶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느린 삶이 있고,
빠른 삶이 있다.

아니, 어쩌면 느리고 빠른 것에 대한
개념 조차 우리가 만들어낸
프레임에 갇힌 것인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사람이 없듯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 없다.

시간은 무한하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 안에서
시간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맞이할 자명한 죽음이
인생 속도를
스스로에게 맞추어 살아야할
명분을 주고 있다.

우리는 어느샌가
타인의 시선에 의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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