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

지금 출간 계약을 앞둔 그대들에게

by 김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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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긴 글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출간 계약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나 계약을 한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내용입니다.


얼마 전 카톡 하나를 받았습니다. 지난 3월에 출간 계약을 한 예비 저자입니다. 아직도 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을 한가득 늘어놓았습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출판사가 계약금(선인세)과 인세율을 낮게 줘서 기분이 안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의 계약금(선인세)은 100만 원에 인세율 10%이었습니다.


원고를 투고하고 출간 계약을 하고 나면 출판사는 나름의 일정대로 책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이때 계약한 원고를 바로 들어가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도서, 사회적인 분위기(글 쓰는 지금은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었습니다) 등을 고려해 출간 일정을 조율합니다.


일전에 아는 지인이 자신의 글은 완벽하니 교정교열도, 윤문도, 디자인도 무조건 '빨리빨리' 진행해 달라고 출판사에 요청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순간 아찔하더군요. 몇 마디 해주려다 나중에 책임의 화살을 돌릴까 봐 지켜만 봤습니다. 정확히 1개월 뒤 출간되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그 책은 40개가 넘는 오타가 발견됐고 디자인 또한 급조한 티가 역력했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얼마나 난감했을까. 아찔했습니다.


출판사는 분명히 원고를 통해 수익을 내려 노력하고 자본을 투자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정확히는 하려고 했을 게) 분명한데 말이죠.


많은 출간 계약자들이 기다리기 힘들어하는 시간이 투고 후 기약 없는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과 계약 후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이 경우 계약만 하면 금방 책이 나올 줄 알고 있는 저자와 열심히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 사이에서의 시간적 괴리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계약만 하면 책이 금방 나올 것처럼 생각해서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곧 책이 나온다고 소문을 냅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출간이 늦어지면서(저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주변 지인들의 책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원고가 책으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2~3개월입니다.


단, 모든 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이야기입니다.


계약이 된 원고는 여러 공정을 거칩니다. 이 공정에는 크게 나눠 [교정·교열], [표지·내지 디자인], [인쇄]의 과정을 거칩니다. ‘어? 생각보다 간단하네?’라고 생각할지 모를 이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교정·교열은 보통 3번 정도 진행합니다(보통 ‘3교’라 합니다).


이 과정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시간이 걸린다.



◆ 계약 후 원고 정독: 약 7일

◆ 교정·교열: 약 14일

◆ 표지·내지 디자인: 약 21일

◆ 인쇄: 약 7일


그렇다고 49일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각 과정마다 거의(‘반드시’라고 강조하고 싶지만)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자의 상황, 출판사에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원고가 있거나, 저자가 원고의 확인을 늦게 하거나, 인쇄소의 상황 등의 여러 변수가 출간 일정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되는 데에는 약 3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단,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을 때 말입니다.


때론 대형 출판사의 경우 출간까지 6개월~1년까지도 걸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책과강연 9기 연구생 송○○ 작가님은 계약 후 8개월, 12기 연구생 권○○ 작가님은 11개월 걸리기도 했습니다. 만약 내 원고가 출간에 시간이 오래 송가 된다면 차라리 다음 책을 집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계약금(선인세)와 인세율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미 이 부분은 다른 글과 강연을 통해 수 백 번은 언급한 부분입니다만 오늘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투고 후 출판사와 미팅을 하는 과정에서 A라는 출판사가 계약금(선인세)을 50만 원에 인세율 7%를 제시하고, B라는 출판사에서 100만 원에 10%를 제시하면 저자는 고민하다가 B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제 생각에는 A 출판사가 저자의 책 색깔과 더 매칭이 잘 되는데 말이죠. 물론 제작 후 결과를 짐작하며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간혹 돈 50만 원에 선택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밑에 표는 신간 초판 평균 발행 부수 통계입니다. 약 1,400부의 초판 인쇄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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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초판 1쇄가 전권 소진되는 데까지는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 팔리는 책에 한 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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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토대로 저자가 받아야 할 인세를 계산해보면(책값 10,000원, 초판 인쇄 1,400부 기준)



A 출판사(50만 원/7%) : (10,000원 *1,400부*7%)-500,000원 = 480,000원

B 출판사(100만 원/10%): (10,000원 *1,400부*10%)-1,000,000원 = 400,000원

(선인세는 말 그대로 인세를 미리 앞당겨 준다는 뜻입니다.)


어떤가요?


또 하나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출판사가 원고 기획의도와 글을 자꾸 고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글이 5~60%가 바뀐다면 리라이팅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자도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본질적인 질문을 해본다면, 출판사가 글의 구성을, 윤문을, 편집을 왜 바꿀까요?


답은 간단합니다.'책을 잘 만들고 잘 팔기 위해서.'입니다. 계약한 원고는 철저히 저자의 관점에서 쓰인 원고입니다. 집필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의 조언과 수정 요청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열심히 해라. 나오면 사볼게 등 응원은 받았겠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내 원고를 다듬고 깎아 준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요?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들이 초조해하는 그 순간도 출판사는 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 느긋하게 다른 것에 시선을 두고 기다리면 어떨까요. 지금껏 잘 써오고 잘 참았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