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의 인생도 쉽지 않게 시작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함께하는 인연이 안되었는지 7살 이후로 아버지는 내 삶에 없었다. 공부하는 아버지를 뒷바라지하시느라 어머니는 생계를 책임지고 삼 남매와 할머니까지 대가족을 건사해야 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으로 나는 어머니의 감정 창구 및 화풀이 대상이 되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후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님과 뒤틀린 관계는 나날이 심해졌고 각자의 사정이 있듯 우리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사춘기에 아버지의 외도를 목도하고 계속된 정서적 물리적 억압에 무력함을 느꼈다. 학창 시절의 방황은 삼수로 이어지고 꿈에 그리던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방황은 계속되어 종국에 예상치 못한 임신 + 결혼 엔딩으로 정서적 경제적 독립 없이 다른 이의 품으로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나의 선택에 누구보다 확신했고 어렵게 지켜낸 아이와 함께 꾸려낸 새로운 가정도 얼마 안 가 파탄이 났다. 지루한 이혼 소송이 시작되었고 서른 살에 싱글맘 + 이혼녀가 되었다. 어릴 땐 상상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7개월이 된 후부터 어떻게든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어 동네 과외로 시작해 8학군의 한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후 곧 이혼 소송이 시작되었고 신기하게도 소송이 끝나고 곧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머리를 식힐 겸 간 캐나다에서 운명의 사랑을 만났다. 그러나 그는 내 마음을 바로 받아주지 않았고 가진 게 없었던 나는 또 한 번 살아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고 나는 경제적 바닥이라는 개인 회생 절차까지 밟았다.
운명의 사랑을 설득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종국엔 우리가 함께 하게 되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바닥에 바닥만을 경험한 나는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지쳐갔음을 감지했지만 이때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이 이대로 멈추거나 끝났다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미래 신봉자였기 때문에 언제나 미래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한편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창 철없을 때는 내가 겪는 고난들이 훈장 같기도 했고 그 안에서 힘들긴 했지만 경험이 쌓였기에 꽤나 어른이 된 거 같다는 착각도 했다. 이런 개인사가 없는 다른 이들보다 내 인생이 더 드라마틱 하다는 생각에 내 삶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철저히 무너진 건 내가 원하던 모든 것들을 이룬 4년 전이었다. 한국에서 회사 근무 한 번 한 적 없이 오로지 영어 기간제 교사였던 내가 영어권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에 취업을 하고 3개월 만에 승진 이직을 하기도 했다. 운명의 사랑과 비현실적인 가정을 이뤘다. 내가 꿈꾸던 모든 것들을 이룬 순간, 나는 갑작스레 찾아온 공황 장애 증상으로 병가를 냈고 끝끝내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미래 신봉자였다. 언제나 찬란한 미래를 꿈꿨기에 내가 처한 힘든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내가 겪는 불행은 내가 가진 게 없어서, 다른 사람보다 힘든 상황과 부족함 때문이라 여겼다.
그런데 드디어 내가 원하던 것들을 가진 순간 내 몸과 마음은 철저히 무너진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행할 수 있다니, 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간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흔히들 고난을 겪어야 성장하고 깊어진다고들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고난은 나의 경험치는 분명 높이지만 고난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은 나 자신을 돌보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온다. 이 고난이 왜 왔는지, 나의 어떤 면이 고난을 불러들였는지, 나는 이 고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 성장은 오로지 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는 데서 출발하지 고난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묻기 위해선 나 자신과 대화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고난에 빠져있는 나는 헝클어진 모습과 나의 최악의 버젼이므로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고통스럽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고난 또한 그렇다. 모든 일은 종국엔 지나가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가면 내가 노력을 하든 안 하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거나 해결 된다. 그러나 그 고난을 통해 내가 성장했는가는 오로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나 자신을 마주하고 성찰하는 데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는 부모님과의 갈등, 삼수, 취업 실패, 이혼, 경제적 바닥이었던 개인 회생, 해외 취업 등 고난으로부터 나 자신을 성찰하지 못했다. 나 자신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버티고 미래를 꿈꾸는데 쏟았다. 그리고 원인을 나 자신보다는 세상의 불공평함이나 운, 나의 부족함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비로소 마주하고 성찰하기 시작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이룬 그때 찾아온 공황장애 덕분이다. 지난 4년의 시간 동안 나는 세상과 단절하며 오로지 나 자신만을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증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시작한 고독이었지만 그 고독이 비로소 나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우연히 시작한 나 자신의 탐험이란 여정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지만 어느새 기쁨과 즐거움으로 변했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
#라이팅게일 #You_Wll_Never_Walk_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