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Nov 14. 2019

오후 4시

2019.11.07


오후4시. 가을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엔 조금 늦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

가을은 아쉬움과 망설임이다.

가을의 햇살은 강하지만 뜨겁지 않고, 짧지만 눈부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법만 아는 나에게

가을은 내일을 생각하게 한다.

떨어지는 낙엽은 앙상해진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하고

살 끝을 스치는 차가워진 바람은 겨울의 눈보라를 걱정하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을 끝에 매달려있는 저 붉은 이파리처럼

지금은,

잠시 멈춰도 되지 않을까.

떨어지면 다시 붙일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겨울이 오면

그제서야 옷깃을 여미어도 괜찮지 않을까.


잠깐이면 사라질 이 감촉

내년이면 또 다르게 느껴질 이 순간

내가 가장 잘하는 거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거니까.

가만히 서서 올해의 가을에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관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