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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r 14. 2021

당고개

나의 지하철 여행기 PART1. 4호선

이번역은 우리 열차의 종착역인 당고개 당고개역입니다.


퇴근길 내가 서울역에서 타는 지하철은 4호선 '당고개행' 열차다.

매일을 당고개행을 타고 다녔지만 한 번도 당고개에 실제로 가 본 적은 없었다.


종착역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고개로 향하는 길이 묘하게 설레었다.

항상 타던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당고개역사 안에서 바라본 당고개 풍경-


당고개역에서 처음 마주한 당고개의 풍경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서울의 개발광풍이 아직 당고개까지는 완전히 잠식하지는 못했나 보다.

하지만 조만간 이곳도 높은 아파트와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서지 않을까?

지금의 당고개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당고개역 근처 골목길-


당고개는 과거 당현이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숲이 울창하고 높은 고개들이 많아서 고개를 넘을 때 산짐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돌을 들고 넘었으며, 그 돌을 쌓아둔 곳이 성황당으로 변해 자연스럽게 그 주변을 당고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당고개 역 주변에서 유난히 점집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당고개역 옆 당고개공원-


역 바로 옆에는 '당고개공원'이 위치해있다. 아파트와 빌라가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서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당고개공원 내 인공암벽등반장-


'당고개공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소는 '인공암벽등반장'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즐기는지 몰랐다. 구기 스포츠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가족들과, 친구들과 스포츠를 즐기며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다. 나도 다음 주에는 한강으로 라이딩을 나가야겠다.


-당고개역 맞은편 할매순대국-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많은 식당들이 일요일은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할매순대국'에 들어갔다.

프랜차이즈 순대국집이라 새로움은 없었다. 추천하지는 않는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1시가 넘어서야 문을 여는 식당들이 많았다. 11시쯤 당고개에 도착했을 때보다 역 근처에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아침 일찍 근처 수락산, 불암산 등산을 마친 등산객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하나둘씩 내려온 것 같았다. 일요일에 당고개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면 오후 2시 이후를 추천한다.


-불암산카페-


길을 걷나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불암산카페'

사장님이 가죽공예를 하시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내부는 좁았고, 커피는 맛이 없었다.

카페로 들어오자마자 SS501-내머리가나빠서'가 들렸는데 이후로도 탑골공원 플레이리스트가 계속되었다.

아쉽지만 또 방문하고 싶은 카페는 아니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나에게 당고개의 점심과 카페는 실망스러웠지만

[나의 지하철 여행기]는 맛있고 분위기 있는 가게를 찾아가는 건 아니기에 또 다른 역에서의 새로운 가게들을 기대해본다.


지금은 당고개가 4호선의 종착역이지만, 이후 별내,오남, 진접역으로 4호선 연장되면 당고개도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역 중 하나가 되겠지. 그때의 당고개는 또 어떤 모습일까.


짧은 시간의 당고개였지만, 당고개 역에 내려서 걷고, 먹고, 마신 것만으로도

매일 퇴근길의 '당고개행 열차'를 조금은 더 따뜻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2021.03.14 4호선 당고개역에서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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