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에 대하여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관계의 이름이 무엇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간격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주고받기 쉽습니다.
가까운 사이라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요.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가까운 사이라서 말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죠.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 관계가 틀어질까 봐. 그냥 꾹 참았습니다.
‘이건 아닌데.’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주 끌려다녔습니다.
그냥 참고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어요.
다 지나간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척하며 지나친 마음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단단한 벽을 쌓았습니다.
어쩌면 상대방도 저에게 비슷한 상처를 받았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크고 작은 가시에 찔려 상처 입고 있었는지도.
반대로, 너무 멀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요.
분명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느껴지는 거리감.
그 차가운 간격 자체가 이미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리는 관계를 멀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 이니고요.
오히려 관계를 오래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앞차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질 때나
주차 방지턱이 가까워지면 경고음이 울립니다.
사람 사이에도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떨까요?
경고가 아니라, 안내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거죠.
“여기까지입니다. 더는 넘어오지 마세요.”라고 알려주는 신호.
우리는 그것을 ‘경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경계를 지킨다는 것은
곧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먼저 나의 자리를 지키고 단단히 서 있을 때
비로소 상대의 자리도 지킬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고 넘치지도 않게
부족하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만큼의 거리.
적당한 거리, 건강한 거리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로가 함께 기울이는 조용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는 무너지지 않고 오래 이어질 수 있어요.
적당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서로의 기준을 이해하려는 마음,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는 태도.
어쩌면 그것이 관계를 오래 지키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관계를 지키는 힘은
무조건 가까워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것.
그 거리를 아는 사람이
결국 소중한 관계를 오래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