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이런 책이 있네."
"어, 나도 이 주제로 글 쓰고 싶었는데."
"와, 유명한 작가가 쓴 글이네. 난 안 되겠다."
자기 계발서 코너에는 습관에 관한 책이 수십 권이고요.
글쓰기에 관한 책도 이미 차고 넘칩니다.
사랑 이야기, 성장 이야기, 치유 이야기.
어떤 주제를 떠올려도 새로운 건 없습니다.
검색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이미 누군가 쓴 책이 꽂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 같은 초보가 굳이 같은 내용으로 글을 또 쓸 이유가 없네."
돌아보면 원래 주제는 새로운 게 없습니다.
세상에 완전히 누구도 쓰지 않은 주제는 없습니다.
사랑, 이별, 성장, 실패, 용기, 회복.
인간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수천 년 동안 반복해서 써온 이야기들입니다.
셰익스피어도 그리스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고요.
수많은 소설가들도 '영웅의 여정'이라는 익숙한 뼈대 위에 각자의 이야기를 쌓습니다.
같은 주제, 비슷한 내용인데 왜 아직도 계속 책이 출간될까요?
같은 ‘습관’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도 왜 책은 계속 나올까요?
사랑에 관한 시와 소설, 수필은 왜 지금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주제는 새롭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글을 쓴 사람이 달랐기 때문이지요.
독자가 찾는 것은 새로운 주제가 아닙니다.
독자는 '습관'이라는 주제를 찾아 책을 읽지 않습니다.
'나처럼 의지력이 약한 사람, 나처럼 게으른 사람도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책을 집어 듭니다. '나와 비슷한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 어떻게 다시 일어섰을까'를 알고 싶어 페이지를 넘깁니다.
독자가 궁금한 건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당신만이 쓸 수 있습니다.
마흔두 살, 생전 처음 영업을 하면서 겪은 상처를 회복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뉴욕에서 실직을 겪은 서른다섯 살의 그가 쓴 회복 이야기와 같은 주제이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입니다.
같은 '회복'이라는 단어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관점입니다.
당신이 보는 각도가 곧 당신만의 글입니다.
똑같은 실패를 겪어도 어떤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어떤 사람은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둘 다 실패에 관한 글이지만, 독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건넵니다.
당신이 살아온 삶, 당신이 울었던 이유, 당신이 다시 일어선 방식.
그것이 주제보다 훨씬 강력한 울림을 독자에게 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비슷한 책이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좋은 신호입니다.
그만큼 그 주제를 독자가 궁금해한다는 뜻이니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주제를 발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주제에 우리만의 목소리를 입히는 것입니다.
쓰지 않으면 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책이 이미 있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다면, 당신 이야기는 영원히 없는 것이 됩니다.
당신의 독자는 그 '비슷한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말인데, 왠지 내 얘기는 아닌 것 같아."
그들은 지금도 당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그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죠.
완벽하게 새로운 주제를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비슷한 책이 있어서 쓰지 않고 미루어 두었던 그 경험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면.
이제는 써야 합니다.
당신의 언어로 쓴 책은, 아직 세상에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 경험한 그 이야기,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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