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빨간구두 이야기
어둠을 좋아한다.
밤을 좋아한다.
시골의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의,
사람 냄새가 지독히 나고,
시끌벅적한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시의 밤.
그곳의 꽃은 클럽이다.
클럽을 좋아하지만, 또한 싫어한다.
젊은 청춘들의 열기를 맡을 수 있고,
젊은 청춘들의 욕망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의 밤 이야기를 하려면 단연 클럽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것은 꽃잎과 같이 양면성 짙은 이야기다.
스테이지 위 어딘가 미쳐 보이는 한 여자가 있었다. 사실, 그녀에게 말을 건 이유는, 마약인지 술인지에 취해 보이던 그녀가 쉬워 보여서 였다.
끈적끈적한 춤을 추지 않고, 음악에 온몸을 맡긴 것만 같아 보이던 그녀 옆에서 몇 시간 동안 즐겁게 놀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밤.
해가 뜨고 클럽에서 나온 후,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그녀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 정상인의 모습.
그냥,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뻔한 [저기요]로 시작해서 그녀와 식사까지 함께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지난밤,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온몸을 들썩이고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이 춤을 추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그래서 매 주말 시간을 내서 꼭 클럽에 온다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클럽 빠순이"였다.
나이가 어려 보이던 그녀에게 혼자 사느냐 물었다.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했다. 순간, 매 주말 집에 들어오지 않는 모습을 본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부모님이 뭐라 하시지 않으세요?]
안 그래도 엄마가 맨 처음에 클럽을 간다고 했을 때, 애지 중지하는 딸이라서, 클럽에서 나올 때까지 앞에 차를 대기시키고 있겠다고 말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몇 번 다녀온 후
그녀의 행복해하는 웃음을 보고
그 후로는 아무 말씀 안 하신단다.
그녀의 클럽 철학은 이러했다.
[시끄러운 음악에 집중하는 순간,
모든 생각들이 달아나 온전히 육체만이 남아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그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어요.]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클럽에 올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라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또한 안도했다.
사람은, 모두 다 외로운 존재이구나.
사실 일행이 있는 줄도 몰랐다.
스테이지에서는 그녀 혼자 였으니.
그녀는,
도시라는 야생 속
도시의 사람들이
강해야지만 생존할 수 있는 세계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바꾸어 주었다.
도시의 사람들도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모자란 게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다 저마다의 가볍거나 혹은 무거운
짐 하나씩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생인 세상
이것을 나는 사람에게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