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야기 #1
잠깐 눈을 떴다 감았다. 23살,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또다시 눈을 잠깐 떴다 감았다. 27살,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재채기 한 번 하고 나니 결혼을 했고,
몸살 몇 번, 장염 몇 번 걸리고 나니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인생에 뭐 하나 이뤄 놓은 것도 없는데 벌써 40을 훌쩍 넘어가는 나이.
40대가 되면 그럴싸한 집 한 채, 외제차에 1년에 몇 번이고 해외여행 다니며 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재산은 와이프의 잔소리처럼 대출만 늘어 갑니다.
여기저기서 내 나이에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오고
AI는 내가 봐도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빠르고 지치지도 않습니다.
후배 직원들에게 쓸데없는 소리하면 꼰대 소리만 들을 테니 항상 조심조심, 일 시키는 것도 조심조심... 아오 차라리 그냥 내가 하지... 하면서 나보다 더 뛰어난 AI를 쓰며 한심하게 AI에게 감탄만 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잘 활용해 보자고 의지는 강하지만,
출근길은 틈만 나면 자고 있고, 퇴근길은 나도 모르게 유튜브나 보며 잠시 현실을 잊고 있습니다.
집에 가면 와이프 눈치 보느라 집안일 좀 하다 와이프 잠들면 몰래 맥주 하나 까먹는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인생이 운이 좋다면(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40년 정도 남았다 치면
또 잠깐 눈 떴다 감았다, 재채기 몇 번, 몸살과 장염 몇 번 하고 나면 흘러가려만...
남은 40년 살다 보면 나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면서
이렇게 갑자기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뇌가 더 망가지기 전에 조금 더 열심히 살기 위해 글쓰기를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