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GD의 피가 흐른다

40대 이야기 #2

by 살기 위한 글쓰기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한 20대 후반.

그때는 회사 선배님들과 저녁에 술 한 잔 하면 거의 2, 3차는 노래방이었습니다.

어김없이 막내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택하는 노래는 빅뱅 히트곡들.

격렬하게 탬버린을 흔들며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라 외치는 막내의 재롱으로 노래방 분위기는 항상 후끈했습니다.


그렇게 30대가 되고..

이제 노래방에서는 빅뱅이 아닌 지드래곤 시대.

후배들도 있고 하니 20대 때처럼 격렬하게 날뛰지는 못하고, 그래도 분위기와 젊은 감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무제'를 3개 음 낮춰서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분위기 달아오르면 크레용과 요마헛~브레이커를 부르며 슬쩍슬쩍 날뛰었지요.


이렇게 저의 20대와 30대 노래방 인생은 GD와 함께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 40대 부장이 되어 팀원들과 노래방을 가게 됩니다..

저는 극구 사양하지만 팀원들이 사회생활 해보겠다며 노래를 시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분위기도 달아올랐겠다, 나의 20, 30대를 함께 한 GD의 노래를 오랜만에 불러 보았죠.


그랬더니 의외라는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오, 팀장님이 GD 노래를 부르시네요. 젊어 보이시려고!"

"저는 트로트 부르실 줄 알았어요. 하하하."


트로트? 트로트?

나는 20, 30대를 노래방에서 GD 노래만 불러왔건만, GD 노래를 부르는 게 의외라니!

너희보다 GD 노래를 만 번은 더 불렀을 텐데, GD 노래를 부르는 게 의외라니!

라고 소리 지르며 보란 듯 GD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냥 허허, 나도 나름 빅뱅 세대라고... 하며 소심하게 저항해 봅니다.


제가 아는 40대 형님은 저보다도 빅뱅 노래를 즐겨 부르는 분이었는데, 후배들의 이런 시선에 이젠 노래방에서 최백호 선생님의 '부산에 가면'을 주로 부른다고 합니다. (GD의 크레용보다 1년이나 늦게 나온 노래건만!)

이런 노래를 불러야 팀원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자연스럽게 박수치고 넘어 간다네요.


생각해 보면 저희 부모님 세대도 젊었을 때 소방차, 박남정 같은 댄스 가수들 노래를 즐겨 들으셨을 텐데, 저도 모르게 트로트를 좋아하시겠다 생각하곤 합니다. 저부터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네요.


이제는 동년배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노래방을 가야 GD 노래를 편하게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20, 30대처럼 춤추고 노래 부르면 무릎이 아파오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GD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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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40대가 GD 노래 부르는 걸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AI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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